영화 온라인 다운로드 판권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KTH와 씨네21i가 영화콘텐츠 불법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웹하드를 이용한 합법적인 콘텐츠 사업을 4일 시작했다.

엔트렌드와 씨네로닷컴 등 중소 업체들도 연말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 채비여서 침체된 영화 부가판권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웹하드 업체들은 그동안 콘텐츠를 거래(다운로드와 업로드)할 수 있는 공간을 임대하고 네티즌으로부터 회비(임대료)를 받아 운영했지만 유통 콘텐츠 대부분이 저작권을 획득하지 않은 영화 파일이어서 불법 거래를 방조한 혐의를 받아왔다.


◆영화를 어떻게 다운로드 받나

KTH는 '위디스크''엑스파일''넷폴더''짱파일' 등 19개 웹하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1000여편의 영화를 편당 1000~3500원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비롯해 '세븐데이즈''걸스카우트''용의주도 미스신''라듸오데이즈' 등 100여편의 신작 영화들이 서비스 대상이다. 이들 영화의 파일에는 FM(Fine Movie)이라는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어 불법 유통영화들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우생순'을 보고 싶다고 하자.먼저 계약 웹하드 업체 중의 하나인 위디스크(www.wedisk.co.kr)로 들어가 검색란에 '우생순'을 치면 결제창이 뜬다. 여기에 카드번호를 입력,2000원이 빠져나간 뒤 다운로드하면 된다.

씨네21i는 지난 6월 말부터 시범 서비스를 한 데 이어 이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추격자''내사랑''말할 수 없는 비밀' 등 국내외 영화 300여편을 아이팝미디어,위즈솔루션 등 30여개 웹하드를 통해 서비스한다. 가격은 편당 500~3000원이다. 김상윤 씨네21i 대표는 "7월 한 달간 14만여건,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면서 "네티즌이 콘텐츠 유료화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웹하드 다운로드 서비스는 인터넷 구매 현장에서만 봐야 하는 기존 스트리밍 방식의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와 달리 각자 PC에 저장한 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용자도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네21i의 지난달 스트리밍 VOD 서비스 실적은 웹하드 다운로드 서비스의 6분의 1 수준인 5000만원에 불과했다.

◆시장 규모 연 500억원 넘을 전망

두 업체의 사업이 본격화되면 연 500억원 규모의 합법 다운로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연간 영화 시장 피해액 3400억원(저작권보호센터 추정치) 중 15% 정도다. 또한 나머지 85%의 불법 시장 참여자들도 극장 및 비디오,DVD 시장으로 서서히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입의 20% 이내로 외국보다 크게 낮은 영화 부가판권 시장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콘텐츠는 유료'라는 소비자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또한 웹하드 내 유통되는 불법복제 파일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필터링 기술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TH 측은 새로운 필터링 기술로 불법파일 중 98%를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2%마저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