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美도 11월부터 폐지키로… D램 수출 청신호

하이닉스반도체가 그동안 대미(對美) 수출의 발목을 잡아왔던 D램 상계관세 부담을 완전히 벗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부과해온 20%대의 상계관세를 0%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유럽연합(EU)이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대해 부과했던 30%대의 상계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D램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4일 하이닉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4차 연례재심을 열고 미국에 수입되는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부과했던 23.78%의 상계관세를 0%로 낮추는 내용의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11월 이 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2006년 하이닉스의 대미 D램 수출물량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하이닉스는 2006년에 초과 납부한 약 400만달러의 상계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11월부터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D램을 미국에 수출하더라도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001∼2002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채무를 줄여준 것을 '정부 보조금 지급'으로 판단,2003년부터 44.29%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06년부터 해마다 연례재심을 열고 상계관세를 조정해왔다.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의 D램에 부과한 상계관세는 2006년 58.1%,작년 31.86%,올해 23.78%였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고율의 상계관세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 오리건주 유진 공장과 중국 우시 공장 생산 물량,대만 프로모스에 위탁.생산한 물량을 중심으로 미국에 수출해왔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생산한 물량에 대해서만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일부 제품은 어쩔 수 없이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면서 미국에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HP,델컴퓨터,IBM 등 주요 D램 고객사가 있는 곳"이라며 "11월부터 한국산 D램을 미국에 직수출할 수 있게 되면 현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상계관세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하이닉스는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상계관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과 함께 2003년부터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던 EU는 지난 4월 "2007년 12월31일자로 소급 적용해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를 완전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EU는 2003년 8월 34.8%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가 2006년 32.9%로 낮췄었다.

일본 정부도 2006년 2월부터 하이닉스 D램에 대해 27.2%의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세계무역기구(WTO)는 작년 11월 "일본 정부의 상계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WTO는 이어 올해 5월 "9월1일부터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를 폐지하라"고 결정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