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노조요구 끝이 없고 … 산별교섭 참여하고 사교육비ㆍ기름값 올려달라
경기 악화속에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노조가 회사측에 사교육비와 유류비 지원은 물론 경조비 대폭 인상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재계에 노사협상 비상이 걸렸다. 일부 노조는 산별교섭 이행을 앞세워 회사측에 중앙교섭,지부교섭,지회 보충교섭까지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고 비정규직 보호를 명분으로 하청업체와 계약할 때도 노조와 협의할 것을 요구하면서 노사협상을 장기 표류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임단협 난항 겪을 듯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노조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른 개별 노조들의 산별교섭 참여 요구와 일률적인 인상률 적용 주장 등으로 올해 임금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지난 6월20일부터 7월10일까지 회원사 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2008년 임단협 쟁점사항 사례 조사'를 벌인 결과,노무담당자들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정치투쟁과 산별교섭 참가 등의 지침이 협상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올해 단체협상의 주요 난제(難題)로 △산별교섭 참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고용안정 보장 △인사.경영권 요구 △노조 전임자 문제 등을 꼽았다.

◆최대 이슈는 산별교섭

금속노조 산하의 A사는 7월 초부터 시작한 임금협상을 한 달 넘게 끌고 있다. 노조가 산별노조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는 이 때문에 지난달 말 실시한 정기 여름 휴가에 협상 지연에 따른 '위로금' 명목의 휴가비를 더 얹어줘야 했다.

노조 뜻대로 하자면 금속노조 중앙교섭→지부교섭→지회 보충교섭까지 다 마쳐야 협상이 끝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등 정치 이슈를 논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선뜻 산별교섭에 응하기가 어렵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전경련의 신덕정 연구원은 "산별교섭 참가 여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노조가 협상 이슈로 내놓으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안정 문제도 부담

B사 노조는 올해 단체 협상 안건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넣었다. 하청업체와 계약시에는 노조와 협의해야 하고 임시 고용직원이 3개월 넘게 근무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자동전환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C사의 노조는 경영진이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노조의 동의를 거칠 것을 명문화하자고 했다. 전경련은 "분사나 합병,신규 채용 때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경영권 관련 사항을 요구하는 노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높아진 사교육비 부담과 기름값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사례도 있었다. D사 노조는 직원당 매달 12만5000원의 유치원비를 1년간 달라고 한 데 이어 월 15만원의 유류비를 올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 노조는 회사에서 나오는 조의금을 2배 올리고 출장 외에도 개인용무로 KTX를 이용할 때 할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6월 말 기준 노동부 지도대상 사업장 6745개 가운데 임금교섭이 타결된 것은 26.7%로 전년(22.5%)보다 높게 나타났다. 협약 임금 인상률은 5.1%로 지난해 4.8%보다 소폭 올랐다. 하지만 경영계가 2.6%대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노동계가 정규직(8~9%),비정규직(18~20%) 등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