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쟁탈전에 정무라인 '올스톱'

국회 원구성 협상 무산을 계기로 당ㆍ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례 없이 삐걱대는 당ㆍ청 관계를 놓고 여권 안팎에선 '헤게모니 쟁탈전' 내지 '정무라인 무용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여야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으로선 대야 협상에 앞서 당ㆍ청 관계부터 정상 복원시켜야 하는 짐이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당ㆍ청 '소통' 찾다가 '불통' 왜?
◆작동 안 하는 정무라인

여권 내에선 한나라당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형성됐던 당ㆍ청의 달콤한 밀월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여야가 지난달 31일 원구성 협상의 원칙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회가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청와대가 장관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개진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한 여야가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의 증인 채택에 합의했으나 청와대 측은 MBC 'PD수첩'의 증인 채택이 무산되고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채택된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소통의 축인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준표 원내대표는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격렬하게 맞붙은 이후 앙금이 지워지지 않은 채 두텁게 남았다는 것.실제로 맹 수석 임명시 홍 원내대표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청와대 정무 라인의 무용론도 제기된다. 김덕룡 정치특보,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2선에 물러나 있고 맹 수석을 비롯한 정무 계통은 홍준표 주호영 등 원내 지도부와 비공식 접촉조차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각자 비선을 통해 청와대와 접촉할 뿐 공식 채널이 없어 사안마다 혼선을 빚는 일이 잦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안에 따라 상시 연락이 가능한 채널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ㆍ청 '소통' 찾다가 '불통' 왜?
◆의총이 '홍준표 성토장'

4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주요 의제는 당ㆍ청 간 소통 문제였다. 홍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의 갈등은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박희태 대표도 "원내대표가 협상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일방적인 논리에 의해 자기 열정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면서 원내 지도부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집중 성토했다. 안형환 의원은 "청와대와 국회가 맞붙는 것은 안 된다. 당내 의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고 진수희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반성문 쓴다더니 변명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나라당도 공멸한다. MB(이 대통령)를 당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