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女오픈 18언더 3타차 우승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에게 이 우승컵을 바칩니다.”

국내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드디어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신지애는 4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GC(파72·길이 6408야드)에서 보기없이 6언더파 66타를 치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미 투어 첫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신지애는 그토록 갈망하던 미 투어 우승을 따냄으로써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항마’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특히 5년간 미 투어 풀시드를 획득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세계 랭킹 1위’를 향한 ‘마스터 플랜’을 짤 수 있게 됐다.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신지애는 국내에서 3승을 거두며 신인상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해에 열린 19개 대회 가운데 무려 9승을 독식하며 국내 최강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4승을 거뒀으며 3월에는 일본 LPGA투어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세계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신지애도 ‘박세리 키즈’의 일원이다. 신지애는 “세리 언니가 공동묘지에서 담력을 키웠다고 해서 저도 새벽에 공동묘지에 몇차례 갔다온 적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1998년 박세리의 메이저대회 우승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신지애는 중학교 3학년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말았다. 당시 두 동생은 중상을 입어 1년간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1년간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지만 신지애는 목사인 부친(신재섭)의 영향 탓인지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승상금을 받으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신지애는 최종라운드 직전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우승하면 우승컵을 어머니 영전에 바치겠다”는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날 1타차 2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단독선두 ‘일본의 골프 여제’ 후도 유리(32)와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맞붙어 ‘한·일간 지존 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는 1번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아 팽팽한 접전을 예고했다. 신지애는 5번홀에서 6m 버디를 성공시키며 후도와 공동선두를 이뤘다.

승부가 갈린 곳은 9번홀(파4). 후도는 티샷이 벙커에 빠진 데 이어 두번째 샷마저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가면서 보기를 범했다. 반면 신지애는 환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70cm 버디를 추가하며 순식간에 타수차를 2타로 벌렸다.

10번홀(파5)에서는 두 선수 모두 버디를 낚았다. 신지애는 11번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져 두번째샷이 그린을 놓쳤으나 어려운 라이의 1.5m 파세이브 퍼트가 홀을 한바퀴 돈 뒤 들어가는 행운도 따라줬다.

상승세를 탄 신지애는 13번홀(파3)에서 8m가 긴 버디퍼트를 떨군데 이어 14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4타차 단독선두가 돼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만의 청야니는 이날 6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2위에 올랐다. 지은희(22·휠라코리아)와 후도는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7위를 했다. 김인경(22)과 한희원(30)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9위를 해 한국선수들이 ‘톱10’에 4명이 진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