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도 금융실명제의 '대면확인'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거래하려면 은행 직원을 직접 만나 계좌를 개설하거나 온라인 증권사처럼 제휴 관계에 있는 일반 시중은행을 통해 계좌 개설과 관련한 실명확인을 해야 한다. 일반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로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대면확인，가족 및 대리인에 의한 실명확인을 허용하고 있으나 온라인에 의한 실명확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은행과 업무 제휴를 통해 계좌 개설과 관련한 실명확인을 대행시키고 있다. HSBC 다이렉트 뱅킹의 경우 은행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금융위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계좌 개설 방식은 현행 실명법 취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허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설립만을 위해 법을 개정하기에는 관련 부처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공인인증서로 인터넷에 접속한 후 은행 직원이 동영상을 캡처하고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전송한 주민등록증 사본과 확인하는 방식은 주민등록증 위조나 대포통장 개설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면확인을 공인인증서나 동영상 확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점이 거의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계좌 개설을 위한 대면확인 원칙을 완화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면확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금융실명제를 완화해야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장 큰 장점이 인건비를 줄이고 지점 설립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직접 대면확인을 할 경우 그만큼 직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자 등에서 고객에게 돌아가는 비용 축소의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HSBC의 다이렉트 뱅킹의 경우도 그다지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도 은행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 입장에서는 쓸데 없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