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조선주, 그 전날 건설주에 이어, 이번에는 철강업종이 나섰다.

8월 들어서 연 3거래일째 업종별로 돌아가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돌림놀이’를 하는 것 같다.

업종별 하락의 요인은 물론 조금씩 다르지만, 그 뒤에 ‘경기침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5일 오전 11시 24분 현재 코스피 지수가 0.45% 하락한 1535.11을 나타내는 가운데, 철강및금속업종 지수는 4%대 하락하며 두드러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철강주 약세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의 김봉기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에 철근 부족 대란으로 철강업체들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매도세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관심사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다가올 3분기 실적으로 넘어가면서,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들이 돌아가며 하락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 수주 취소 소식을 전하며 급락했던 조선업종은 철강업종의 전방산업이라는 점도있어 업종별 하락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전날 조선주의 급락은 수주 취소라는 악재를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 두 업체가 같은날 발표하면서, 신용위기와 경기침체 여파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매도로 나타났다.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발주했다가 선수금 입금을 못한 선주들의 개별적인 문제일 뿐, 조선시황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며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는 시각이지만, 투자심리 위축도 결국은 경기침체가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날의 철강주 급락 역시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큰 이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도, 철강업종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에게는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지수가 2000선을 뚫고 올라갔던 상승장 때에는 업종별로 매기가 옮겨 다니며 번갈아 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거꾸로 업종별로 돌아가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업종별로 그 뒤에 어른거리는 경기침체의 그늘을 못 본 척 넘어가지 않기로 한 것 같다. 과연 다음 순번은 어디로 넘어갈런지.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