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항상 '필름'이 끊기는 유진(예지원)은 아침에 깨어날 때 늘 노래방 마이크를 한 손에 쥐고 있다. 취중에는 자신을 꾸짖는 상사의 머리를 치고 막말로 치받는다. 급기야 호텔에서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숙박료 룸서비스 비용 등 220여만원의 덤터기까지 썼다. 문제의 남자를 찾아나선 유진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남자의 행방을 찾아가는 미스터리적 요소의 흡인력은 크지 않다. 대신 한국 영화에서 '골드미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던 '옐로 미스' 캐릭터가 볼거리다. 옐로 미스는 돈 많고 직장에서도 잘 나가는 '골드 미스'와 달리 돈도,남자도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노처녀를 일컫는다.
이 영화는 유진역 예지원의 '원맨쇼'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캐릭터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예지원은 온몸을 던져 취중 여성을 연기했다. 비록 연기는 과장됐지만 영화 흐름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한바탕 웃고 나오면 그만이니까.
유진이 술 마시고 벌인 사고의 뒷수습에 10년 세월을 보낸 철진역 탁재훈의 연기는 무난하지만 스크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너무 조용한 인물을 연기한 탓일까. 이재훈 김현숙 박희진 김대희 같은 개그맨들이나 영화배우 신이 등이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웃음을 더해준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캐릭터는 바로 '술'이다. '술이 웬수'라고 말하면서도 마셔야 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1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