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베이징에 '제2의 서태후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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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기념,주경기장인 냐오차오 북쪽에 축구장 40개 크기의 인공호수를 파고 그 흙으로 산을 쌓은 제2의 이허위안(이화원)을 만들었다.
청나라 말기인 1886년 서태후가 자금성 인근에 인공호수를 파고 산을 만든 이허위안 이후 약 120년 만에 대역사가 재현돼 소위 '올림픽 이허위안'이 탄생한 셈이다. 제2 이허위안은 아오하이(奧海)와 양산(仰山)으로 이름지어진 호수와 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비공개 상태다. 8일 올림픽 개막식 이후 하루 2만명에 한해 개방될 예정이다.
제2의 이허위안은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겨냥,4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한 '작품'이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시 녹화의 상징으로 여의도의 3분의 2쯤 되는 680만㎡의 크기로 조성한 썬린궁위안(森林公園) 안에 위치해 있다. 아오하이의 크기는 28만5000㎡, 양산의 높이는 48m로 자금성 이허위안의 쿤밍후나 완서우산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올림픽선수촌 등을 끼고 있는 용 모양의 수로인 '중국수룡(中國水龍)'의 머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국수룡'은 아오하이와 하천(36만㎡),습지(8만㎡)로 이뤄져 있다. 꼬리 부분에 냐오차오가 위치한다.
중국에서 용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강함과 권위의 대명사로 발가락이 다섯 달린 용의 문양은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땅을 직접 파서 호수를 만들고 그 흙으로 산을 쌓아 올려 중국수룡의 머리 부분을 조성했다는 것은 올림픽을 통해 옛 강성제국의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톈안먼과 자금성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베이징의 중심 축선의 정중앙에 올림픽 이허위안이 조성됐다는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양산의 꼭대기에는 중국의 대표적 명산인 태산에서 옮겨왔다는 바위 두 개가 올려져 있다. 그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은 지난 춘절(설날) 이후 심기 시작한 것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호수의 물은 생활하수를 정화해 쓴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곳을 설계한 호지 칭화대 건축학원 교수는 "모든 영감은 자연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썬린궁위안과 함께 베이징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베이징의 허파'로 키울 예정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