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진흥이 수입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최근 잇달아 취소해 이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회사측은 계약 상대방 탓으로 책임의 소재를 돌려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약 상대방이 동산진흥의 관계사여서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산진흥은 지난 3월 태영에너지와 체결한 75억원 규모의 1000kw 태양광발전설비 시설 공사계약을 전일 돌연 취소했다. 공동으로 이번 공사를 수주했던 관계사 엔에스더블유가 공사대금 일부를 불분명하게 사용해 태영에너지측이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엔에스더블유가 태영에너지로부터 10억원을 먼저 받고 모듈 수급을 담당했으나, 공사 진행이 늦다고 판단한 태양에너지측이 최근 엔에스더블유를 실사했다"며 "10억원 중 3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와 동산진흥은 이번 계약에서 빠지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산진흥은 그러나 엔에스더블유 지분 16.67%를 보유한 관계회사기 때문에 이번 계약 파기의 책임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선례가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잃고 있다는 평가다.

동산진흥은 지난달 초 케이알과 작년 9월 체결한 22억원 규모의 1.5MW 풍력발전기 부품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제주도 대형 풍력발전기 시범설치사업의 일환으로 케이알이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었지만, 해당 지역의 인허가가 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산진흥은 곧바로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내고 케이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동산진흥은 발주처인 케이알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케이알의 최대주주 케이알디스플레이(16%)와 케이알홀딩스(30%)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어 케이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회사의 작년 연간 매출(11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공급계약이 해지되자 주가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 5월 중순 1만7000원대까지 뛰었던 동산진흥의 주가는 3달 만에 2960원까지 80% 넘게 급락했다. 1100억원을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21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급계약 공시만 믿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관리ㆍ감독하는 코스닥시장본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계약 취소 사유가 상대방에 있고 이를 소명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관계사들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불공정 거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