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건조계약 해지(解止)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에서는 조선경기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조선업계는 대부분 몇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계약해지를 불황징후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하지만 예사롭게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계약해지의 1차적 발단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있다고 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신용경색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해지면서 주요 선주들이 배값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선박금융의 여건 또한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계약해지 건도 그런 상황에서 선주들이 선수금을 제때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금융상황이 호전되면 곧 나아질 것이란 얘기로 들리지만 그렇게 낙관만 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신용경색이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설사 금융불안이 조기에 해소된다고 해도 실물경기 측면에서, 다시 말해 세계경기의 침체와 함께 조선경기의 하강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후자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위기감을 갖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조선산업은 이른바 슈퍼 경기사이클의 대표적 산업으로 호황을 계속해 왔지만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세계 1등이라고 하지만 후발국의 시장진입으로 경쟁구도가 달라지고 있고, 특히 기술유출 사건 등에서 보듯 중국의 기술추격 노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시장의 개척(開拓), 이에 필요한 핵심장비와 부품 개발도 앞으로의 과제다. 뿐만 아니라 인력구조가 고령화되면서 기술전수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고, 그동안 호황 덕분에 잘 넘어갔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 변할지 모를 노사관계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이런 문제들이 일거에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1등을 하는 것보다 이를 지켜내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조선산업이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대응책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