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이 국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인수ㆍ합병(M&A) 대상에서 '왕따'당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와 주가 하락으로 미국 제조업체 인수 열기는 뜨겁지만 미국 은행들에 '추파'를 던지는 외국 금융회사들은 많지 않다. CNN의 경제채널인 CNN머니는 5일 미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M&A란 '댄스파티'에서 파트너 없이 덩그러니 선 여자 신세"라며 미국 금융회사들이 M&A 물망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보도했다.

일단 제조업종에선 최근의 신용위기에도 불구,미국 기업 쇼핑 열기가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 맥주업체 인베브의 안호이저-부시 인수,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의 게넨테크 지분 인수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는 총 2546억달러(자산 기준) 규모로 작년 연간(2343억달러)보다 늘었다.

하지만 미국 금융회사에는 '군침'을 흘리지 않는다. 지난 7월 일본 보험회사인 도키오 마린이 미국의 필라델피아 합병 홀딩스를 47억달러에 사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CNN머니는 신용경색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미국 은행과 증권회사들은 주택시장과 경제 전반이 악화되면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실 여신을 많이 갖고 있다. 영국 증권회사 팔리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인 브루스 패커드는 "미국 금융권 여신은 흡사 언덕을 굴러내려오는 눈덩이 같다"며 "악성 채권이 얼마나 큰 눈사태로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비유했다.

CNN머니는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을 인수하면서 안아야 할 리스크를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드레스트너 클라인보르트의 애널리스트인 아르투로 드 프리아스는 "유로화 가치가 10~15% 상승했다고 해도 부실이 많이 숨겨졌을 대차대조표만을 믿고 미 은행 인수에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