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신용이 비교적 좋은 알트A 모기지와 페이옵션 모기지(ARM) 대출자들이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월가 금융사들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중 알트A 모기지 연체율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배나 증가한 1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모기지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량 고객 대상 프라임론의 연체율도 2.7%에 달했다. 대출 초기 몇 년 동안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페이옵션 모기지의 채무불이행 역시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초기에 덜 낸 이자는 나중에 원리금에 얹어 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커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프라임이나 알트A 모기지의 부실률이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프라임이나 알트A 론은 5∼7년 정도 원금 상환을 유예한 뒤 원리금을 갚아 가는 구조다. 때문에 원금 유예기간이 2∼3년인 서브프라임에 비해 뒤늦게 부실 여부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퀵에 따르면 2분기 중 캘리포니아주에서만 모기지 채무불이행이 12만건에 달했다. 이는 1분기에 비해 7% 늘어난 수치며,지난해 2분기에 비해선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서브프라임은 빙산의 일각이며 알트A 및 프라임시장의 부실이 본격화되면 월가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끔찍한 상황"이라며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앞으로 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일찍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경고해 족집게 애널리스트라는 평판을 얻은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휘트니도 "신용경색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경고했다. 포천지는 휘트니가 미국의 주택가격이 최악의 경우 4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현재의 위기 국면은 100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위기의 유일한 해법은 주택가격이 바닥을 치고 경제가 본 궤도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는 치솟고 주택가격은 하락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가 △국제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 △신용위기 등 3중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고급주택 건설업체 WCI커뮤니티스와 백화점 체인 보스코브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파산을 선언한 우량 기업들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 용어풀이 ]
◆알트A=알트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약자로,서브프라임(비우량) 이상 프라임(우량) 미만의 신용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다. 상환능력을 문서로 증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이 이용했다. 금융사들은 신용이 좋은 만큼 소득증명 없이도 대출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