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법과대학이 로스쿨을 둘러싸고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얼마 전 '로스쿨 반납사건'으로 대학가를 한동안 떠들썩하게 하더니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한 고려대가 이번엔 '법과대학 존속'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로스쿨을 유치한 고려대가 단과대학인 법과대학까지 존속시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법학전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의 미비 때문이다. 이 법은 '로스쿨 대학은 학부에서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시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고려대 법과대학 존치논란(본지 7월31일자 A12면)'기사 취재 당시만 해도 이동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서비스인력과 과장은 "법학과가 없어지면 법과대학도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일 다시 문의한 결과,"현재 법학과 학생 교육을 위한 '임시 법학과'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관련 법의 허점을 틈 탄 고려대의 움직임에 대해 다른 대학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행정학과에 자유전공학과까지 법과대학 소속으로 둔 데 대해 명문 법대 '타이틀'을 이용,우수학생을 독식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의 한 법과대학 학장은 "어느 대학인 들 법과대학을 없애고 싶겠냐"며 "자유전공학과를 '유사' 법학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로스쿨 비인가대학들은 더 격앙됐다. 한 학장은 "로스쿨에다 법학과까지 유지하려는 것은 로스쿨 비인가 대학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법과대학을 유지하려면 로스쿨을 반납하라"고 비난했다.

고려대는 상황이 비슷한 다른 대학에도 이미 영향을 주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 경북대는 현재 법과대학에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두고 있다. 로스쿨 인가대학인 경북대는 당초 법학과 폐지는 물론 행정학과까지 다른 단과대학 소속으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경북대 법학과의 한 교수는 "고려대 법과대학 유지 움직임을 보고 최근 행정학과 교수들도 법과대 내에 계속 남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젠 교육과학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