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대차거래 규모가 다시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주목된다. 주식을 빌려 판 후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들여 되갚는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노리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5일 외국인이 지난 6월12일(9731억원) 이후 최대인 572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따라 1530대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도 중 상당부분은 대차거래로 빌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공매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조선·철강 등에 대해 외국인 공매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데다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며 보수적인 시장 접근을 권했다.

◆조선주 공매도 확대 우려


이날 조선주는 선박 계약 해지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3.45%) 대우조선해양(-2.96%) 삼성중공업(-5.49%) 등 조선주를 비롯해 태웅(-6.80%) 성광벤드(-9.25%) 현진소재(-7.31%) 등 조선기자재주까지 큰 폭으로 빠졌다. 조선경기 하락 우려에 외국인 공매도가 겹쳐 향후 수급이 꼬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조선주에 대한 공매도가 눈에 띄게 늘면서 대차거래 잔량이 급증하고 있다. 선박 발주가 취소된 대우조선해양은 1주일 전부터 공매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전에는 1만주도 안 됐던 공매도 규모가 7월30일 36만주,이달 4일 21만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공매도의 거래 비중은 1% 미만에서 최고 15%대까지 높아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도 마찬가지다. 엿새 연속 하락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공매도 규모가 10만주(거래 비중 20.27%)로 늘었고 전날에는 13만주(8.03%)를 넘어섰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 외국인이 조선주에 대한 공매도를 확대할 우려가 높다"며 "단기 급락했지만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형 조선업체 IR팀 관계자도 "선박 계약 해지로 실적보다는 외국인 세력의 공매도 표적이 될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대차거래 연일 사상 최대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량은 지난달 11일 7억7340만주까지 증가한 후 23일 7억5497만주로 줄었다가 또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7억7767만주로 전 고점을 넘은 후 이달 4일에는 7억8925만주까지 증가해 나흘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일시적으로 회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지수 하락세 속에 대차잔량이 불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시아 지역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외국계 창구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다시 지수 하락쪽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 하락 우려가 강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신용경색과 고유가 악재를 대신해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부담과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장세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다시 1500선의 지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이번의 주가 조정 기간이나 강도가 과거 약세장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아직 진정한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