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차 이야기] 람보르기니 '레벤톤'‥스포츠카의 지존, 전투기와 경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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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탈리아의 한 군비행장에서는 전투기와 슈퍼카의 경주라는 기상천외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예상대로 전투기의 승리로 끝났지만 불과 수미터 차이로 안타깝게 패한 슈퍼카는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을 열광시키며 주목받았다. 슈퍼카의 정체는 바로 람보르기니의 최신작인 '레벤톤'이었다. 경기가 펼쳐진 3㎞ 거리의 활주로.레벤톤은 출발 신호와 함께 빠르게 앞서 나갔다. 경기 중반까지 리드하던 레벤톤은 중반 이후 전투기에 조금씩 따라잡히더니 결국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이륙한 전투기에 아깝게 지고 말았다.
레벤톤은 람보르기니의 20대 한정 생산 모델이다. 6496cc 엔진에서 640마력가량의 힘을 낸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4초.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외부 모습은 미국 최신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따왔다. TFT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실내 분위기도 마치 전투기 조종석 같은 느낌을 준다. 차체는 일반 금속이 아닌 복합탄소섬유로 만들었다. 타이어는 레벤톤 전용 고무섬유로 제작,권총을 맞아도 끄덕없을 정도다.
'황소 문양' 엠블럼으로도 유명한 람보르기니는 투우에서 모델명을 따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레벤톤을 비롯해 람보르기니의 대표 모델인 디아블로,무르시엘라고,가야르도 등도 모두 투우의 이름에서 따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모델명의 투우들은 투우장에서 장렬하게 죽었지만 '레벤톤'은 투우사를 죽였다. 레벤톤이란 모델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람보르기니는 현재 페라리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카 브랜드다. 람보르기니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비화가 있다. 당시 트랙터를 제조하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와 친구 사이였다. 당시 페라리의 한 모델을 소유하고 있던 페루치오는 어느날 친구 페라리로부터 '슈퍼카를 타지 말고 트랙터나 몰아라'는 놀림을 듣는다. 여기에 자극받은 페루치오는 더 좋은 스포츠카로 페라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결심을 했다.
2차대전 이후 황폐화한 이탈리아에 농기계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고 트랙터를 생산해 성공을 거둘 만큼 사업 수완이 뛰어났던 페루치오는 페라리의 엔진 디자이너까지 영입하며 슈퍼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1966년 슈퍼카 분야에 한 획을 그은 '미우라'가 탄생했다. 미우라는 스포츠카 최초로 엔진을 중앙에 배치한 미드십 스포츠카였다. 엔진을 차 중앙에 얹음으로써 5 대 5로 무게를 배분할 수 있고,이를 통해 코너링 및 가속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우라에서 미드십 엔진의 장점을 확인한 여타 브랜드들도 속속 미드십 스포츠카를 내놓았다. 스포츠카 업계에서도 놀랄 만한 모델과 성과를 선보인 람보르기니는 1988년 아우디에 인수돼 아우디·폭스바겐 그룹 산하에서 주문형 스포츠카 모델을 생산하며 세계 슈퍼카 시장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