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로 49.07㎞ 달린 최강 달인
자영업을 하고 있는 고동우씨(43)는 지난달 27일 폭스바겐코리아가 개최한 연비왕 대회에서 1ℓ로 무려 49.07㎞를 달려 1등을 차지했다. 고씨는 '파사트 2.0 TDI 스포츠'를 타고 서울 청담동에서 올림픽대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영종도까지 75㎞ 구간의 경주에서 이 차의 공인 연비(13.9㎞/ℓ)보다 3배나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그조차 놀란 '깜짝 연비'의 비결은 정속 주행이다.
고씨는 대회 참가 차량이 자동ㆍ수동 겸용 DSG 변속기가 달린 디젤 차량인 점을 최대한 활용,기어 단수가 높아질수록 자동기어에서 수동기어로 재빨리 변속을 시도했다. 그는 "급가속과 급출발을 피했고,신호대기 상태에서도 기어를 중립에 두거나 시동을 끄지 않았다"며 "평지에서는 시속 80㎞로 달리다 오르막 언덕에선 탄력을 이용해 60㎞ 정도로 운행하고,내리막에선 속도를 80~90㎞로 약간 더 낸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탄력 주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로체 이노베이션으로 19.64㎞
기아자동차의 신차 '로체 이노베이션'으로 연비왕을 거머쥔 회사원 박성규씨(34)는 '가속페달을 최대한 밟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경제 운전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파주,인천공항 등을 거쳐 오는 130㎞ 거리의 주행에서 기름 1ℓ를 넣고 무려 20㎞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공인 연비인 11.5㎞/ℓ보다 8.1㎞를 더 운행한 것이다.
박씨는 "경제적인 rpm(분당 엔진 회전 수)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무리하게 밟지 않았고 일반 도로에선 시속 55~70㎞로 정속 주행했다"며 "내리막길에선 자동차의 탄력을 이용해 최대한 연료 소모가 없는 상태에서 주행하는 퓨얼 컷(fuel-cut) 기능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 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GM대우가 지난 6월 열었던 연비왕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회사원 이정석씨(27)는 주유할 때 이른바 '만땅(주유 탱크를 가득 채우는 것)'을 피하면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기 직전이나 직후에 1만~2만원어치씩만 기름을 채운다"며 "차체가 가벼울수록 달릴 때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은 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형 세단인 젠트라X 1.6ℓ급 자동변속기 모델에 19.8ℓ의 휘발유를 넣고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에서 총 440㎞를 달렸다. 그의 연비는 공인 연비(13.9km/ℓ)를 훨씬 웃도는 수준(22.2㎞/ℓ)이었다.
◆기름 먹는 하마,트럭도 7.7㎞
'기름 먹는 하마'로 통하는 트럭으로 대형 세단에 맞먹는 7.7㎞/ℓ의 연비를 보인 연비왕도 있다. 일반 대형 트럭의 연비가 4.4㎞/ℓ인 점을 감안하면 그 2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지난 6월 볼보트럭코리아 주최로 열린 연비왕 선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고영암씨(트럭운전 기사ㆍ42)는 급제동과 급출발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으로 기름값을 아꼈다.
고씨는 "평지에서 달리던 속도를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 쓰고,내리막에서의 가속도를 평지에서 사용하는 '탄력 운전'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덤프트럭에 얹히는 디젤엔진은 토크(차량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가 높아 차량 무게에 비례해 연비가 나빠지는 정도가 일반 휘발유 엔진보다 덜한 점도 고씨가 고연비를 만들어낸 비결로 꼽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