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판매가 환율효과로 호조를 보이며 관련 주가가 상승하는 듯 보였지만, 유가 직격탄과 소비둔화로 원위치되면서 또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매정체 현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뚜렷한 호재가 있는 종목에 선별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판매량 정체 탈피가 관건

"지구본을 놓고 쭉 돌려봐도 더이상 자동차 팔곳이 없다"

하반기 자동차업종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한숨 섞인 반응이다.

자동차 회사의 펀더멘털 업그레이드 핵심은 판매량 증가에 있다. 하지만 미국시장의 수요 침체 장기화와 하반기 유럽의 본격적인 수요 위축 전망 등 선진시장에서의 소비 부진이 중국 등 이머징 시장의 성장성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국내 5개 완성차업체들의 내수 및 수출을 합한 판매량은 237만44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3만9256대와 비교해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7월 중 판매량만 놓고 보면 29만9813대로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1.4%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5개 완성차업체의 누적판매는 내수의 경우 전년대비 3.3% 증가한 반면 수출은 1% 감소했다"면서 "특히 수출 감소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올초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수출 290만대, 내수 130만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선진시장 소비침체와 고유가에 따른 내수판매 둔화로 이같은 목표 달성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둔화 흐름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현대차기아차의 경우 연비에서 강점을 가진 소형차종과 RV 차종을 집중 투입하고 있어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내수는 국내 소비자들이 차량 유지비에 민감해 고유가가 계속되는 한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올 판매량을 분석해 보면 한마디로 '정체'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고유가로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 어느 곳도 판매신장을 기록한 곳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러한 판매량 정체 현상은 유가가 어느정도 하락하더라도 소비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소비위축으로 판매감소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달말 기아차의 준중형 모델 '포르테'를 시작으로 CUV '쏘울',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등 신차가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어서 판매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떤 종목 들고 가야 하나?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자동차 관련주를 들고가야 할 것인지 고민의 기로에 서게 됐다. 주요 증권사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업종에는 '중립', 개별종목에 대해서는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차를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는 종목별 선별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동차 업황 자체가 양호하지 않고 정체 상태가 유지될 경우 특별한 호재를 안고 있는 개별 종목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단순한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조수홍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침체는 이미 시작됐고 유럽과 중국, 인도까지 수요 감소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수요 위축으로 완성차 종목들은 이익가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보수적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상반기에는 유가와 환율 등 비용 측면에서 변동성 요인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수요와 매출이 주된 투자지표가 될 것"이라며 "수요감소는 하반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완성차 보다는 현대모비스 같은 실적 안정 종목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싸진 주식이 많지만 이제는 특별한 호재를 가진 종목이 아니면 상승모멘텀을 찾기 힘들 환경"이라며 "경차 시장에서 모닝으로 독주하고 있고, 중형차 시장에서 히트 모델을 안착시키고 있는 기아차 정도가 주목할 종목"이라고 말했다.

용 연구원은 이어 "부품 관련주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단가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 자체가 어려워 이익을 나누기가 힘든 상황이어서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며 전망했다.

반면 박영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로 소비모멘텀은 조금 떨어지고 있지만 환율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시장다각화에 따른 성장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연간 영업실적은 전년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