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도로에서 기아자동차가 출시 준비 중인 '쏘울'이 달리는 모습을 봤다. 이미 언론에 사진을 공개해서 그런지 위장막도 전혀 없이 임시번호판을 달고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보도된 사진만큼 차 겉모양이 특이해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살펴봤다.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를 취재하면서 국산차 업계에서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게 다양하지 못한 모델 라인업이었다. 국산차 업계는 세단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컨셉트의 차들만을 선보여 왔다. 모양으로만 분류하면 컨버터블이나 정통 스포츠카는 내놓은 적도 없다. 제대로 된 고급차나 디자인이 특별한 차도 구경하지 못했다. 물론 쌍용자동차가 칼리스타,기아자동차가 엘란이라는 차를 생산했으나 남의 차를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기아차가 개발한 봉고나 스포티지는 새로운 컨셉트의 차로 칭송받았다.

이를 보면 국산차 업계는 그저 많이 팔리는 무난한 차 만들기에만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정통 스포츠카를 만들어도 국내에서 과연 얼마나 팔리겠느냐"고 항변하지만 열등의식으로 비쳐져 씁쓸함을 안겨줬다. 그런 차를 만드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수시장이 작으면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게 국내 자동차 업체와 다른 점이다.

요즘은 한국 자동차 업계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간 희망적이지 않다. 먼저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i30는 종전 기준으로 '팔리지 않는 차' 범주에 속한 해치백에다 서스펜션까지 딱딱한 유럽형 차임에도 국내 시장에서 히트했다. 현대가 최초로 만든 '럭셔리카' 제네시스는 보완할 점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흐뭇하게 바라볼 만 하다. 기아가 유럽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씨드의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은 국내에 내놔도 i30 이상의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기대감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쏘울이다. 직선으로 이뤄진 4각형 차체라는 특이한 디자인에 세단과 SUV를 더한 컨셉트를 가진 쏘울은 이것저것 어려운 분석을 떠나 일단 색다르고 예쁘다. 혼자만의 생각인가 싶어 주위에 물어봤더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 쏘울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이 팔릴까'라고 생각했던 의문이 차를 본 후에는 '제법 히트하겠는데'로 바뀐 셈이다.

더욱 기쁜 것은 국산차 업체가 과감하고 자신감있게 특별한 신차를 개발했고,그 차가 제대로 만든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타보지 않아 엔진 성능이나 핸들링,승차감 등이 어떤지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겉모양과 컨셉트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쏘울이 겉모양만큼 멋진 인테리어에,누가 타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성능을 갖춰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국산차 업계의 자동차 만들기 실력이 한 단계 높게 평가받을 수 있고,우리 소비자들도 '좋은 차'를 탈 수 있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