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앞.40~60대의 아주머니 40여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현수막과 피켓에는 "7000세대 입주기간 45일 웬말이냐" 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조합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입주 기간이 짧아 잔금 마련이 힘들다"며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삼성물산을 비롯해 시공 주간사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쌍용건설,코오롱건설,두산건설 등 6개 시공사를 모두 찾아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옛 잠실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파크리오는 29일부터 10월12일까지 45일 동안 6864가구가 입주를 하도록 돼있다.

시위를 벌인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들은 "강동구 암사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서 내달 입주하는 롯데캐슬퍼스트는 3200여가구인데도 입주기간이 60일에 이른다"며 "단지 가구수가 7000세대에 육박하는 파크리오 입주 기간은 90일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공업체들은 "파크리오단지의 입주기간은 2005년 관리처분총회에서 도급계약서에 40일로 확정돼 임의로 조정이 어려운데도 최근 조합원들의 입주기간 연장 주장을 받아들여 5일간 늘려줬는데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업체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입주기간을 연장하면 건설사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며 "입주기간을 90일로 늘릴 경우 시공사별로 금융비용이 수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업체들은 아직 조합 차원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잔금을 마련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입주 기간 동안 잔금을 내지 않으면 지체 기간에 따라 연리 10.52~15.52%의 연체이자를 물게 된다.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잔금은 주택형(105~172㎡)별로 분담금 4억~5억원의 20%인 8000만~1억원이다. 여기에 특화비 등 추가분담금 1300만~1600만원과 발코니 트기 비용,세금 등을 합치면 최고 1억5000만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기존에 살던 집을 팔거나,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아 잔금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송파구에 최근 파크리오를 비롯해 '리센츠'(7월 입주.5563가구),'엘스'(9월 입주.5678가구) 등 초대형 단지들의 입주가 잇따르면서 매매와 전세거래가 원하는 시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의 잔금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강동구에 한 채의 집을 더 가지고 있다는 한 조합원은 "강동구 집이 안팔려 파크리오를 전세로 내놨는데 임대가 안되고 있다"며 "금리가 올라 잔금대출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파크리오 109㎡형 전세 급매물은 30년된 인근 잠실주공5단지 112㎡형의 2년 전 전셋값인 2억2000만원 수준에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전세수요보다 워낙 공급이 많아 집주인들이 원하는 대로 임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