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가면속에 감춰진 야만들‥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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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 | 다니엘 슬로브 지음 | 이승훈 옮김 | 비즈니스맵 | 414쪽 | 2만원
이 책은 '개똥녀'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의 유명 블로그 사이트 '보잉보잉'(BoingBoing)에 연결되면서 가공할 반응을 불러온 우리의 개똥녀는 '디지털 주홍글씨'의 잔인한 낙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1996년 의류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도 엉뚱한 소동을 겪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해 "유색인종이 자신의 옷을 살 줄 알았으면 이렇게까지 멋지게 디자인하지 않을 걸 그랬다"고 발언했다는 풍문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토미 회사의 주가까지 급락한 것이다. 윈프리가 직접 나서서 '토미가 내 쇼에 나온 사실조차 없다'고 해명 방송을 하고서야 가까스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진실이 확산되든 허구가 창작되든,온라인으로 연결된 15억 인구가 서로를 감시하고 부추기는 세상이다. 사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 정부보다 오가며 인사하는 이웃이나 출근길 지하철의 승객이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1830년대 영국의 1페니짜리 싸구려 신문에 자극받은 미국의 <선>지는 선정주의를 모토로 사생활을 들쑤셨다. 1876년 에디슨의 전화 발명으로 장거리 험담이 가능해지고,1884년 이스트맨 코닥사가 스냅카메라를 발명하면서 사생활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1890년 보스턴 지역 변호사 워런과 브랜다이스가 '프라이버시권'을 발표할 때까지 사생활을 외부에 까발린 것이 법률 문제가 되느냐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워런과 브랜다이스가 나서서 그러한 행위도 마음의 평정을 흐트리므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19세기 후반 활자매체의 급성장에 자극받은 이들의 파격적인 논의는 점차 세를 모았고,오늘날 우리는 다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폭발을 마주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길바닥에서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불륜 남녀나 커피숍에서 프렌치키스를 하는 중년부부,승용차 안에서 엉뚱한 짓을 하는 연인을 보도해도 '면책'이라는 판례가 주류였다. 이들 공간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므로 보호할 사생활이 없고,노출의 위험을 초래한 그들이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거였다.
그런데 저자는 블로깅이 횡행하는 시대,시민언론이 발호하는 시대에 공공과 사적 영역의 이분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프라이버시권을 정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밀한 카메라폰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단정하고 반듯하게만 행동하라고 명하고,그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기에는 디지털 현실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판의 역사를 조망하고 블로깅이 가져온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평판에 대한 규범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그 변화의 환경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인터넷 실명제 찬반론과 미국 통신품위법이 블로거에게 포괄적인 면책을 규정하는 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데,전편에 흐르는 논조는 바로 '광우병 촛불 시대' 대한민국의 고민이다.
홍승기 법무법인 신우 변호사
이 책은 '개똥녀'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의 유명 블로그 사이트 '보잉보잉'(BoingBoing)에 연결되면서 가공할 반응을 불러온 우리의 개똥녀는 '디지털 주홍글씨'의 잔인한 낙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1996년 의류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도 엉뚱한 소동을 겪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해 "유색인종이 자신의 옷을 살 줄 알았으면 이렇게까지 멋지게 디자인하지 않을 걸 그랬다"고 발언했다는 풍문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토미 회사의 주가까지 급락한 것이다. 윈프리가 직접 나서서 '토미가 내 쇼에 나온 사실조차 없다'고 해명 방송을 하고서야 가까스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진실이 확산되든 허구가 창작되든,온라인으로 연결된 15억 인구가 서로를 감시하고 부추기는 세상이다. 사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 정부보다 오가며 인사하는 이웃이나 출근길 지하철의 승객이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1830년대 영국의 1페니짜리 싸구려 신문에 자극받은 미국의 <선>지는 선정주의를 모토로 사생활을 들쑤셨다. 1876년 에디슨의 전화 발명으로 장거리 험담이 가능해지고,1884년 이스트맨 코닥사가 스냅카메라를 발명하면서 사생활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1890년 보스턴 지역 변호사 워런과 브랜다이스가 '프라이버시권'을 발표할 때까지 사생활을 외부에 까발린 것이 법률 문제가 되느냐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워런과 브랜다이스가 나서서 그러한 행위도 마음의 평정을 흐트리므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19세기 후반 활자매체의 급성장에 자극받은 이들의 파격적인 논의는 점차 세를 모았고,오늘날 우리는 다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폭발을 마주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길바닥에서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불륜 남녀나 커피숍에서 프렌치키스를 하는 중년부부,승용차 안에서 엉뚱한 짓을 하는 연인을 보도해도 '면책'이라는 판례가 주류였다. 이들 공간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므로 보호할 사생활이 없고,노출의 위험을 초래한 그들이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거였다.
그런데 저자는 블로깅이 횡행하는 시대,시민언론이 발호하는 시대에 공공과 사적 영역의 이분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프라이버시권을 정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밀한 카메라폰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단정하고 반듯하게만 행동하라고 명하고,그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기에는 디지털 현실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판의 역사를 조망하고 블로깅이 가져온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평판에 대한 규범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그 변화의 환경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인터넷 실명제 찬반론과 미국 통신품위법이 블로거에게 포괄적인 면책을 규정하는 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데,전편에 흐르는 논조는 바로 '광우병 촛불 시대' 대한민국의 고민이다.
홍승기 법무법인 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