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지켜보며 국제사회는 중국이 자연스레 민주화되길 기대하는 이른바 '차이나 판타지'를 키워왔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중국이 보여준 반체제 세력 탄압,티베트 및 신장 지역의 독립 움직임에 대한 무력진압,민주화 인사 입국 제재 조치 등에 비춰볼 때 권위주의 정치시스템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 같은 후진적 정치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에 가까워 자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해소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빌 클린턴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1989년)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1998년에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중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다시금 자리매김하기 위해 톈안먼 사건 주도 혐의로 투옥된 왕단(王丹)의 석방과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선택 의정서' 서명 등을 클린턴의 방중 조건으로 들어줬다. 하지만 중국은 클린턴의 방중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강경통치를 실시했고 민주화 인사들은 투옥됐다. 중국이 약속한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선택 의정서'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명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이 스스로 진화하길 기다려라'는 구호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차라리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경제적 번영이 정치민주화로 서서히 이행하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정치 인권 환경 문제를 두고 쏟아내는 비난 여론은 중국인들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개선되지 않은 중국의 인권상황을 뒤로 하고 200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징을 2008년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한 것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개막식 참가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논리에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티베트와 신장에 가한 탄압과 무력진압을 보면 국제사회의 눈길을 의식했던 10~2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중국은 강성해진 국력을 앞세워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과 관련해 중국에서 애국주의가 들끓었으며,지난달 무가베의 대통령 당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짐바브웨 폭력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했던 초안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사례는 중국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이 '화합의 올림픽'을 치르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지금 국제사회는 '차이나 판타지'를 버려야 한다. 세계 최대의 무역국이자 투자대상국이라는 수식어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저절로 정치민주화를 가져다줄 수는 없다. 베이징올림픽은 세계인들이 중국의 현주소를 재조명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영주 인턴기자(한국외대 4년) cocomono@hotmail.com


◇이 글은 2007년 출간된 '차이나 판타지'의 저자이며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제임스 만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The Reform Fantasy'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