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보혁갈등 기업인만 '새우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보혁갈등에 진짜 보수나 진보는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지난 5일.서울시내에 있는 A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사무실에서 광화문을 가득 메운 부시 방한 찬반집회를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에 걸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한.미 동맹관계가 정립됐다느니,이명박 대통령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산업화.민주화를 넘는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등의 '미래지향적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거리에는 60년 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보혁갈등이 재연되고 있었다.
"그나마 60년 전에는 좌파와 우파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고 이념 논쟁도 순수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보혁갈등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예요. 모두들 자신이 지난 60년 혹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쌓아놓은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에 불과하죠."
그의 논리는 이랬다. 원래 보수는 과거 지향적이고 진보는 미래 지향적인 법인데 지금 한국에선 오히려 보수 세력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하고 진보 세력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보수와 진보의 개념 자체가 엉클어졌다는 얘기다. B기업 임원은 이에 대해 "지난 60년간 역사의 질곡을 거치면서 좌우와 지역, 그리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매트릭스처럼 얽혀버렸다"고 진단했다.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풀어나가기가 극심한 보혁갈등을 겪었던 60년 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기업인들의 답답함은 꼬인 실타래를 풀어줄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B기업 임원은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정부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도대체 국정 철학이 있는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다 괜히 반기업 정서만 더 부추겨 놓더니,그나마도 초지일관 밀어붙이지도 못해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 60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60년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현실에 기업인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지난 5일.서울시내에 있는 A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사무실에서 광화문을 가득 메운 부시 방한 찬반집회를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에 걸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한.미 동맹관계가 정립됐다느니,이명박 대통령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산업화.민주화를 넘는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등의 '미래지향적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거리에는 60년 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보혁갈등이 재연되고 있었다.
"그나마 60년 전에는 좌파와 우파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고 이념 논쟁도 순수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보혁갈등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예요. 모두들 자신이 지난 60년 혹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쌓아놓은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에 불과하죠."
그의 논리는 이랬다. 원래 보수는 과거 지향적이고 진보는 미래 지향적인 법인데 지금 한국에선 오히려 보수 세력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하고 진보 세력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보수와 진보의 개념 자체가 엉클어졌다는 얘기다. B기업 임원은 이에 대해 "지난 60년간 역사의 질곡을 거치면서 좌우와 지역, 그리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매트릭스처럼 얽혀버렸다"고 진단했다. 국론이 분열된 상황을 풀어나가기가 극심한 보혁갈등을 겪었던 60년 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기업인들의 답답함은 꼬인 실타래를 풀어줄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B기업 임원은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정부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도대체 국정 철학이 있는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다 괜히 반기업 정서만 더 부추겨 놓더니,그나마도 초지일관 밀어붙이지도 못해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 60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60년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현실에 기업인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