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잠정 합의한 중앙교섭 참여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정갑득 위원장이 거부,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 간 임금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와 금속노조는 7일 울산공장에서 제14차 대각선 교섭을 갖고 향후 중앙교섭을 어떻게 이끌지 등에 대한 노사 간 잠정합의안을 최종 마무리짓기로 했으나 정 위원장이 이를 거부해 협상이 무산됐다. 정 위원장은 회사 측이 제시한 최종안 중 '2중,3중 교섭과 중복파업 문제점 개선' 등 일부 단서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더 이상 내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현대차 지부도 전날 회사 측이 제시한 안이 종전보다 훨씬 진전된 안으로 판단하고 이날 금속노조가 참가한 대각선 교섭에서 마무리 짓기로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데 대해 매우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금속노조는 8일 긴급 중앙쟁위대책위원회를 울산 노조 본부에서 열고 현대차 중앙교섭 문제를 최종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현대차 노사의 중앙교섭안을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현대차를 좀 더 압박해 추가 양보안을 받아내고 여의치 않을 경우 파업투쟁을 강행하는 쪽에 맞춰져 있어 현대차의 임금협상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현장 조합원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거의 합의한 중앙교섭안 내용에 대해 금속노조가 거부하는 바람에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데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지부별 노사 교섭이 타결되더라도 최종 교섭 권한을 갖고 있는 금속노조가 반대할 경우 지부별 교섭이 물거품이 돼 버리는 산별교섭의 병폐가 현실화된 데 따른 불만도 노출하고 있다.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왜 현대차만 갖고 노느냐" "이참에 금속노조를 탈퇴하자" "우리 임금협상 좀 하게 해달라" 등 금속노조를 비판하는 글들로 채워졌다.

한 조합원(아이디 월급날)은 "지난 5일 월급을 받았는데 작년보다 200만원이나 임금 손실을 봤다"면서 "현대차만 임금교섭을 못하게 하고 무조건 중앙교섭에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대차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격분했다.

현대차는 금속노조가 또다시 파업을 하더라도 양보안은 결코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재 한시적으로 기업지부(현대차지부)가 인정돼 중앙과 지부의 2중교섭을 갖고 있지만 내년 9월부터는 지역지부로 전환돼 '울산지부 현대차지회'가 되면서 3중 교섭의 매우 복잡한 산별교섭 체계가 형성된다.

이 경우 올해 교섭에서도 현대차 지부가 임금문제를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 채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지난 한 달여 동안 무려 네 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인 것을 볼 때 내년부터 3중 교섭체계가 되면 1년 내내 교섭과 파업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