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혈맹의 신화'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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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정치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여 동안 세 차례나 한.미 정상이 회동을 했다. 또 그 세 차례의 회담이 화기애애했을 뿐만 아니라 두 정상간의 인간적인 신뢰에 기초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이유로 한.미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다고 한다면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얘기다. 3개월 후면 우리는 미국의 새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정권교체라도 이뤄지게 되면 심한 경우 지금의 우호적인 한.미관계가 역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 동맹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신화는 '혈맹'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켰고,대한민국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한국을 방어했고,지금까지 우리의 안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경제발전의 든든한 지원자라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웅변가에게는 이 정도의 근거만으로 혈맹 신화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63년간의 한.미동맹을 들여다보면 혈맹 신화와는 거리가 먼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68년 1월 청와대 기습사건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이다. 청와대 사건으로 한국의 조야와 시민사회에는 대북 강경 여론이 들끓었고 푸에블로 사건으로 수모를 당한 미국과 함께 군사적 대응을 도모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승무원을 석방시켜야 하고,월남전과 더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던 미국이 대북 저자세를 보이자 한.미 양국은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은 냉전이 절정이던 때의 일이니 당시에도 이념보다 국익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혈맹 신화에 기초해서 한.미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이 우리의 양보가 미국의 더 큰 양보를 끌어내고 이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실용이 가미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혈맹관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경제적으로는 강국이지만 외교안보적으로는 약소국인 우리가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나름대로 유효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의 중요한 의제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예민한 문제는 의제에서 빠지고 대신 북한 인권문제와 금강산 피격사건,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한.미 공조가 주요 합의사항으로 명시됐다. 쇠고기 파동으로 한국 내의 반미를 불러올 수 있는 의제는 빠지고,한.미 두 보수정권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대북 의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한.미 간에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도 갈등과 충돌이 있었으며,전 세계의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나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서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익에 철저하게 따르게 된다. 그것은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북한 문제를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조에 집착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다르게 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으로는 한.미가 북한 핵문제의 철저하고도 빠른 해결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미국이 혹시라도 미봉적으로 핵문제를 덮으려 한다거나,거꾸로 북한 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응을 한다거나 할 때 적어도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발언권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비로소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균형적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여 동안 세 차례나 한.미 정상이 회동을 했다. 또 그 세 차례의 회담이 화기애애했을 뿐만 아니라 두 정상간의 인간적인 신뢰에 기초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이유로 한.미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다고 한다면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얘기다. 3개월 후면 우리는 미국의 새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정권교체라도 이뤄지게 되면 심한 경우 지금의 우호적인 한.미관계가 역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 동맹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신화는 '혈맹'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켰고,대한민국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한국을 방어했고,지금까지 우리의 안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경제발전의 든든한 지원자라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웅변가에게는 이 정도의 근거만으로 혈맹 신화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63년간의 한.미동맹을 들여다보면 혈맹 신화와는 거리가 먼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68년 1월 청와대 기습사건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이다. 청와대 사건으로 한국의 조야와 시민사회에는 대북 강경 여론이 들끓었고 푸에블로 사건으로 수모를 당한 미국과 함께 군사적 대응을 도모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승무원을 석방시켜야 하고,월남전과 더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던 미국이 대북 저자세를 보이자 한.미 양국은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은 냉전이 절정이던 때의 일이니 당시에도 이념보다 국익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혈맹 신화에 기초해서 한.미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이 우리의 양보가 미국의 더 큰 양보를 끌어내고 이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실용이 가미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혈맹관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경제적으로는 강국이지만 외교안보적으로는 약소국인 우리가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나름대로 유효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의 중요한 의제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예민한 문제는 의제에서 빠지고 대신 북한 인권문제와 금강산 피격사건,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한.미 공조가 주요 합의사항으로 명시됐다. 쇠고기 파동으로 한국 내의 반미를 불러올 수 있는 의제는 빠지고,한.미 두 보수정권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대북 의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한.미 간에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도 갈등과 충돌이 있었으며,전 세계의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나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서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익에 철저하게 따르게 된다. 그것은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북한 문제를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조에 집착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다르게 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으로는 한.미가 북한 핵문제의 철저하고도 빠른 해결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미국이 혹시라도 미봉적으로 핵문제를 덮으려 한다거나,거꾸로 북한 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응을 한다거나 할 때 적어도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발언권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비로소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균형적 발전을 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