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총재 "금리인상,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1회성 이벤트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값이 급락하면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반면 경기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최근의 물가상승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방어적 차원에서 올린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금리 왜 올렸나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배경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 했다.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임금인상 등 2차,3차의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고물가가 정착돼 한국 경제의 '안정 성장' 기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인 것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란 입장이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 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을 모면한 것이지 여전히 유가는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될 거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재는 또 "국내 경기는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당초 예상한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지만 지금 당장은 물가부터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만 위축될 수도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객관적인 여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이밍도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지난 7월에 금리 인상을 시사해 놓고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단 기존 입장대로 인상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상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1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는 640조원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 7월 말 395조원이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비롯해 시중금리가 뜀박질할 경우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가계저축률이 하락한 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도 '울상'이다. 경기침체로 영업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이자부담이 가중될 경우 자금난에 봉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상이 물가안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완화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유가 상승과 같은 외부 비용 요인에 의해 촉발된 최근의 물가 상승을 금리 인상으로 잡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추가 인상은 힘들 듯

물가를 확실히 잡으려면 계속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경기 여건상 그러기는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한은이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을 때는 경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성태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경기'보다 '물가'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는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한 것이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며 "큰 맥락에서 보면 2005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금리를 또 올리면 경기 하강이 너무 심화될 수 있다"며 "물가가 안정되면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40~150달러를 넘볼 정도로 급등하면 한은이 또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