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가능하면 사장이나 임원과 부닥치지 않으려 한다. 멀리서 얼굴이 보이면 피한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면 묻는 말에 간단히 답하곤 최대한 빨리 자리를 떠난다. 이것은 비단 신입사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근속기간이 늘어나 과장이 되고 차장이 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직장인들에게 사장이나 임원은 늘 부담스러운 존재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사장이나 임원은 항상 외로운 존재다.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편하게 한 끼 식사를 같이 할 직원을 찾기가 어렵다. 회식 장소에 가면 늘 한사코 멀찍이 떨어져 앉으려는 직원을 강제로 끌어당겨 앉혀야 한다. 많은 사장이나 임원들은 내심 '어떻게 하면 직원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미국의 한 헤드헌팅회사가 경영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장과 임원을 멀리하는 직원이 제대로 승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조사에 따르면 경영자들의 68%는 '자주 보는 직원'을 발탁한다. 유능하거나 성실하거나 성과를 내는 직원이 아니라 자주 접하는 직원을 승진시킨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대개의 사장이나 임원은 자신을 외면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직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의견을 개진하고 협의하는 직원을 발탁하고 있다. 조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승진하려면 CEO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도 분명했다.

자주 보는 사람이 발탁되는 것은 미국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장이나 권력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빨리 승진한다. 이 때문에 출세하려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가능하면 대통령이나 권력 주변에 가까이 가려하고,임원의 꿈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은 CEO나 오너를 자주 접할 수 있는 비서실이나 기획실로 모인다. 경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승진이나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은 줄고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은 커진다.

유감스럽게도 직장인들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은 이런 사실을 망각하거나 그 중요성을 가볍게 받아들인다. 승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 데도 가급적 사장이나 임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멀리 떨어져서 왜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찾아주지 않는지 속상해 하고 가까이 다가서려는 사람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이래서는 승진하기 어렵고 중요한 보직을 맡을 수 없다.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고 가급적 자주 접촉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경영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상사는 묻고 상의하는 부하를 좋아한다. 귀찮아질 때도 있지만 대개는 부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즐기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승진하고 싶고 발탁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최대한 CEO나 임원의 근처로 옮겨라.그리고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자신의 존재를 알려라.

신현만 < 커리어케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