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하면 속 뒤집는 일본…허구로 얼룩진 역사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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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의 나라|이케가미 에이코 지음|남명수 옮김|지식노마드|592쪽|2만8000원
일본의 재구성|패트릭 스미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550쪽|2만6000원
일본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숙제'다. 잘 아는 것 같은데 모르는 게 전부다. 한동안 유행한 '~이 있다,없다' 식의 일본론(論)은 온 국민의 분열 증세만 부채질해 놨다. 그 배경에는 '지리적 역사적 이웃이니까 잘 안다'는 허풍과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무모한 배짱이 깔려 있다.
독도 문제로 분을 삭이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에 맞추기라도 하듯 일본을 보는 제법 두꺼운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우선 말해 둘 것은 사무라이 문화의 축인 무사도(武士道)는 허구라는 것이다. 중세 헤이안(平安) 귀족 문화가 무너진 뒤 무질서한 힘의 시대를 주도한 것은 무력을 겸비한 지주 계급,즉 사무라이였다.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통일 이후 싸울 일이 없어지고 도쿠가와 막부의 '샐러리 맨'으로 편입된 사무라이들은 관념적인 전쟁의 추억에 몰두했다. 걸음걸이와 칼을 빼드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제의(祭儀)로 형상화됐고,갈 데까지 이상화된 것이 극단적인 절제와 할복의 미학을 내세운 무사도였다.
이런 사무라이 문화 1000년을 통시적으로 분석한 <사무라이의 나라>는 대표적 일본론인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이미지의 뒤집기를 겨냥했다. '집단에 함몰된 개인'을 부정하고도 남는,명예와 자립성을 갖춘 개인을 사무라이에서 발견한다. 사무라이의 명예형 개인주의는 서구형 개인주의 못지않게 당당한 것으로 현대에도 서구 중심의 사회 발전과는 다른 일본의 길을 열어 가는 힘이 되고 있다.
사무라이가 도쿠가와 막부 이래 두 번의 순치(馴致) 과정(도요토미에서 시작된 무기 회수령 '가타나가리(刀狩り)'와 메이지유신 이후의 '대도(帶刀)특권 폐지')을 거쳤지만 저자는 여기에 또 하나를 덧붙인다. 그것은 쇼와(昭和) 군국주의로 응집된 사무라이가 패전과 미군 점령,평화 헌법에 의해 또다시 거세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제성장 세력으로 다시 분출하면서 일본을 지탱하는 힘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일본계 미국인인 이케가미 교수의 시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인 저널리스트가 쓴 <일본의 재구성>은 전후 일본이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구성된 허구와 모순 덩어리라고 얘기한다. 과거는 만들어지고,역사는 의도적으로 망각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 돼 버렸다.
저자는 미국이 주도해서 일본에 안긴 평화 헌법과 미ㆍ일 안보조약은 '정신분열증의 걸작'이자 모든 일본 병의 근원이라면서 평화 헌법은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가 되겠다는 일본의 희망이겠지만 우리로선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
일본의 재구성|패트릭 스미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550쪽|2만6000원
일본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숙제'다. 잘 아는 것 같은데 모르는 게 전부다. 한동안 유행한 '~이 있다,없다' 식의 일본론(論)은 온 국민의 분열 증세만 부채질해 놨다. 그 배경에는 '지리적 역사적 이웃이니까 잘 안다'는 허풍과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무모한 배짱이 깔려 있다.
독도 문제로 분을 삭이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에 맞추기라도 하듯 일본을 보는 제법 두꺼운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우선 말해 둘 것은 사무라이 문화의 축인 무사도(武士道)는 허구라는 것이다. 중세 헤이안(平安) 귀족 문화가 무너진 뒤 무질서한 힘의 시대를 주도한 것은 무력을 겸비한 지주 계급,즉 사무라이였다.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통일 이후 싸울 일이 없어지고 도쿠가와 막부의 '샐러리 맨'으로 편입된 사무라이들은 관념적인 전쟁의 추억에 몰두했다. 걸음걸이와 칼을 빼드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제의(祭儀)로 형상화됐고,갈 데까지 이상화된 것이 극단적인 절제와 할복의 미학을 내세운 무사도였다.
이런 사무라이 문화 1000년을 통시적으로 분석한 <사무라이의 나라>는 대표적 일본론인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이미지의 뒤집기를 겨냥했다. '집단에 함몰된 개인'을 부정하고도 남는,명예와 자립성을 갖춘 개인을 사무라이에서 발견한다. 사무라이의 명예형 개인주의는 서구형 개인주의 못지않게 당당한 것으로 현대에도 서구 중심의 사회 발전과는 다른 일본의 길을 열어 가는 힘이 되고 있다.
사무라이가 도쿠가와 막부 이래 두 번의 순치(馴致) 과정(도요토미에서 시작된 무기 회수령 '가타나가리(刀狩り)'와 메이지유신 이후의 '대도(帶刀)특권 폐지')을 거쳤지만 저자는 여기에 또 하나를 덧붙인다. 그것은 쇼와(昭和) 군국주의로 응집된 사무라이가 패전과 미군 점령,평화 헌법에 의해 또다시 거세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제성장 세력으로 다시 분출하면서 일본을 지탱하는 힘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일본계 미국인인 이케가미 교수의 시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인 저널리스트가 쓴 <일본의 재구성>은 전후 일본이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구성된 허구와 모순 덩어리라고 얘기한다. 과거는 만들어지고,역사는 의도적으로 망각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 돼 버렸다.
저자는 미국이 주도해서 일본에 안긴 평화 헌법과 미ㆍ일 안보조약은 '정신분열증의 걸작'이자 모든 일본 병의 근원이라면서 평화 헌법은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가 되겠다는 일본의 희망이겠지만 우리로선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