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투자자 중에 2001년 93세의 나이로 작고한 로버트 하일브룬이란 인물이 있다. 하일브룬은 뛰어난 투자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다. 그는 초기를 제외하고 직접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직접투자 세계에서 은퇴를 해버렸다.

그는 어떻게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도 큰 돈을 벌 수 있었을까. 바로 최고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맡겼기 때문이다.

하일브룬은 1956년 워런 버핏이 자신의 고향 오마하에서 '버핏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조합을 설립한 이듬해에 버핏에게 투자를 했다. 그리고 저명한 가치투자자인 월터 슐로스의 펀드에도 돈을 맡겼다. 나중에는 젊고 유능한 투자자들을 찾아내 그 펀드에 가입했다.

하일브룬 자신도 뛰어난 투자자였다. 그런데도 그가 직접 투자의 세계에서 손을 뗀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세계의 영원한 교훈 중 하나는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알고，자신이 잘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하일브룬은 직접 투자를 하면서 오히려 자신보다 더 뛰어난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람들이 지금은 전설이 된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현대 증권분석 방법론을 정립한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그리고 월터 슐로스 등이었다.

하일브룬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투자를 하는 것보다 자신보다 투자를 더 잘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라는 걸 알고 실천했던 것이다.

펀드운용을 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풀 타임' 투자자들이다. 반면 일반인들은 자신의 시간을 전부 투자에 바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도 '사람을 보는 눈'은 있다. 나보다 더 주식투자를 잘하는 풀 타임 펀드매니저들을 찾아 그에게 돈을 맡기는 일은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신문기사에 나온 펀드매니저들의 인터뷰 기사를 과거 1년치만 모아서 읽어봐도 누가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그리고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하일브룬의 삶이 시사하는 바는 '펀드 투자의 요체는 바로 사람 놀음'이라는 점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펀드투자도 좋은 사람과 오래 함께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