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다 무심코 매미를 밟았습니다. 매미의 '비명'을 듣고 놀라 주변을 살펴보니 주변 나무나 길바닥에 매미가 '떼'라고 불릴 정도로 가득하더군요. "(서울 돈암동 거주 이모씨)

곤충들의 '대공습'이 한창이다. 전국 각지에서 매미 떼가 극성이고 말벌에 쏘인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외래종 곤충에 의한 농가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잊혀져 가던 뇌염도 증가추세다.

'곤충들의 습격'으로 우려되는 것은 자칫하면 생명도 잃을 수 있는 말벌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경북 안동에 사는 윤상필씨(31)는 최근 자신의 주택 처마 밑에 집을 지은 말벌에 쏘여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잊혀져 가던 뇌염의 공포도 최근 커져가고 있다.

제주에 사는 주부 고명진씨(28)는 "한 살난 딸 아이가 일본뇌염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쳐 매일 밤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말벌 떼가 도심에 출몰해 119구조대 출동이 2003년 580건에서 2007년 2846건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의 서식밀도도 최근 43.7%(283마리)에서 70.9%(403마리)로 크게 증가했다.

시골에선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공포수준이다. 천안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박유진씨(48)는 "중국산 매미인 주홍날개 꽃매미가 급격히 늘어나며 포도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올해는 아예 눈 자체가 안 나오고 뒤늦게 나와도 열매가 안 열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홍날개 꽃매미는 2006년 처음 발견됐던 서울ㆍ경기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곤충의 대습격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는 장마가 짧아진 데다 상대적으로 무더위가 빨리 찾아와 곤충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