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광장·정원 거닐면 南유럽 온듯
도교사원안에선 '福기원' 향불 연기가…


마카오는 사실 종잡을 수 없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그 이미지가 복합적이다. 중국보다 더 중국 같고,유럽보다 더 유럽스럽다. 1550년대 초 처음 발을 들인 포르투갈 문화와 중국 문화,그리고 마카오 토박이 문화가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띤다. 명나라 때의 도교 사원과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유럽식 궁전과 중국식 정원이 한 풍경 안에 어우러져 있다.

사람들은 유럽풍 건축물 안에서 향불을 피워 복을 기원하는가 하면,중국인보다 더 지독한 장삿속을 발휘하면서도 유럽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질서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굳이 문화 유적지를 찾지 않아도 도시 전체가 볼거리로 가득한 것도 이런 독특한 마카오만의 문화 때문이다.

마카오 여행은 시내 중심 세나도 광장에서 시작한다. 돌로 된 물결무늬의 모자이크 노면이 남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광장이다. 주변의 포르투갈식 파스텔톤 건축물을 차례대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성바오로 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카오 관련 여행 책자표지의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을 만큼 유명한 성당이다. 1835년 화재로 인해 정문의 외벽과 정면계단,건물의 토대만을 남긴 채 모두 불타 버렸는데,앙상히 남은 외벽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거리가 싫다면 콜로안 섬을 찾는 게 좋다. 콜로안은 마카오 최남단의 인적 드문 섬마을이다.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가량이면 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어 조용히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콜로안 섬에서는 마카오의 명물인 에그 타르트도 맛봐야 한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카스타드 크림이 어우러져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시내 구경 중간중간 노점에서 주전부리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나도 광장에서 성바오로 성당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 음식점이 모여 있다. 대부분의 노점상인이 공짜로 맛뵈기 음식을 주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오는 29일부터 막을 올리는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도 추천할 만하다. 지난해 '퀴담'의 내한 공연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태양의 서커스팀이 1억50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작품이다. 베네치안 리조트 측이 리조트 안에 '자이아' 공연만을 위해 지은 1800석 규모의 전용극장을 찾으면 된다. 투어용이 아닌 상설공연장용으로 만들어진 '자이아'는 15년간 베네치안 리조트에서만 상연된 뒤 막을 내린다.

마카오는 '박물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 작은 시내에 박물관만 21개나 된다. 와인이나 주택과 같이 생활에 밀접한 것에서부터 해양,역사에 이르는 큰 주제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각 박물관 전시품의 내용도 알차 다양한 관광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마카오인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와인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직접 맛볼 수있다. 와인 제조법과 관련된 많은 자료와 유물,예전에 사용하던 와인 압착기,증류기 등도 볼 수 있다. 1115종의 포르투갈 와인이 전시돼 있다.

타이파 주택박물관은 20세기 초 고위 관직의 포르투갈인들이 건축한 5채의 집을 정부가 사들여 만든 박물관.1층 전시실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마카오 전통 주거양식의 주춧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포르투갈 건축 양식대로 흰색과 파스텔풍 연두색으로 칠해진 집 안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가구와 침구,식기류까지 전시돼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