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 대덕밸리IC를 지나 대전 신도심인 둔산지역으로 진입,화암동 고개를 넘어서면 깔끔하게 단장된 고급 단독주택 단지가 펼쳐진다. 시원스레 뻗은 6차선 도로 양쪽으로 정갈하게 지어진 이들 주택들에서는 기존 아파트촌에서는 볼 수 없는 조형미도 물씬 풍긴다.

국내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관문이자 대전지역 최고의 부촌으로 알려진 유성구 도룡동이다.
이 곳은 30여년전만해도 별로 눈에 띄지않는 얕으막한 야산이었다. 그러나 1983년 수자원공사가 대덕밸리 연구원들의 주거지로 개발하면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됐다. 개발 초기에는 일반인들은 입주가 불가능했던 연구원들만의 주거단지였다.

이 때문에 당시 택지분양가도 10만~15만원선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은 대전 최고의 고급 단독주택지로 바뀌면서 땅값도 급등했다. 산밑의 안쪽 주택가는 3.3㎡당 500만~800만원대,대로변은 1000만원대를 호가한다. 초기 택지개발 때보다 무려 50~70배나 뛰었다.

도룡동은 대전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맥을 이어온 부촌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새 점잖은 상류층이 모여사는 대전의 '현대판 양반촌'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거주자들의 상당수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박사급 연구원들인데다,나중에 이주해온 거주자들도 기업 오너,변호사,교수,의사 등 지역 상류층이 많았기때문이다.

거주환경과 교육여건도 신흥 부촌의 입지에 걸맞게 좋은 편이다. 배후에는 언제든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아담한 야산을 끼고 있는데다 걸어서 5분거리에 명문 중ㆍ고교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입지여건 탓에 퇴직후에도 고향이나 연고지로 이전을 포기하고,이곳에 둥지를 튼 연구원들이 많다. 전직 원자력연구원장 등 10여명의 고위공무원이 도룡동에 아주 뿌리를 내렸다.

점잖은 신흥 부촌으로 입지가 굳어지면서 대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입성도 꾸준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 회장,중견유통업체 회장 등 기업인을 포함해 의사 변호사 교수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민병세 도룡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이 곳은 박정희 대통령 지시에 따라 생긴 마을"이라며 "거주자들의 상당수가 중산층 이상 수준의 대덕특구 연구원과 기업인ㆍ전문직ㆍ공무원 등이어서 동네 이미지가 매우 좋다"고 귀띔했다.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들도 대부분 국책연구원 및 대기업 연구소의 사원아파트이다. 아울러 주택가를 벗어난 인근지역에는 국책연구원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따라서 외부 방문객들은 물론 외국에서 오랫만에 돌아온 연구원들은 "외국의 수준높은 부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호평을 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도룡동에 들어선 고급 단독주택들은 200여가구에 달한다. 평균 집값이 10억원대를 넘는다. 부촌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도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큰 길 주변에는 이탈리아 가구 등 수입가구점과 대형 카페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골목 중간중간에는 유럽풍의 고급 레스토랑들이 속속 자리를 틀면서 대전시민들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 인근의 옛 대덕연구개발특구 본부자리에는 대규모 비즈니스허브센터 조성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외곽개발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OK공인중개사 사무소 홍성창 대표는 "유럽의 고급 타운하우스촌을 연상케하는 동네여서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탓에 매물이 귀하다"며 "최근들어 대전지역에 많은 신흥 단독주택단지가 건설되고 있지만,도룡동을 능가하는 동네는 드물다"고 말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