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빚은 일본술 사케에도 '신이 내린 술'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사케를 두고 장광설을 늘어 놓는다. 혀끝으로 은은한 맛을 느끼고,코로는 향내를 맡으며,눈으로는 청아한 빛을 본다고 한다. 목으로 넘어갈 때는 힘이 불끈 솟는다고까지 말한다.
일본인들이 그토록 자랑을 일삼는 사케는 백제시대 수수보리(須須保利)라는 사람이 누룩으로 술을 빚는 법을 가르치면서 귀족들 사이에서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수보리는 주신(酒神)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그들의 역사책 '고사기'에 나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청주가 사케의 기원인 셈이다.
이런 사케가 최근 국내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서울의 강남 신사동과 홍익대 근처에는 일본식 술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하는데,일어를 못하면 갈 수 없는 술집도 있다고 한다. 일부 상류층 사람들은 병당 100만원 하는 최고급 술도 즐긴다고 한다. 수입량도 크게 늘어 올해는 사케가 프랑스산 포도주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문제를 두고 들끓고 있는 반일감정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기까지 한다.
위스키에서 포도주로,이제는 사케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종류가 워낙 다양한데다 맛과 향이 제각각 달라 기호대로 선택할 수 있고,포도주처럼 음식궁합에 맞게 사케를 즐길 수도 있다. 뜨겁게 또는 차게 마실 수 있는 것도 사케만의 장점이다.
세계화되어 가는 사케와 토속주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청주가 대비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