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일산서구 구산동 일대에 추진해온 '명품신도시' 조성이 기약없이 미뤄질 전망이다. 개발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오다 경기도로부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산 덕이지구 택지개발 '특혜의혹'에 이어 명품신도시 조성도 차질을 빚으면서 고양시(시장 강현석.56) 도시개발 행정의 난맥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 제2청은 2020년 기준 도시기본계획상 인구를 당초 106만명에서 135만명으로 29만명 늘리는 내용으로 최근 고양시가 낸 '2020 고양도시기본계획 일부 변경안 승인' 안건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시켰다고 10일 밝혔다.

고양시가 이번에 도시기본계획상 인구를 늘리기로 한 것은 일산서구 구산동,송산동 일대에 '명품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고양시는 이 일대 농림지 및 녹지 총 2720만㎡에 2020년까지 인구 20만1500명을 수용하는 명품신도시를 조성키로 하는 내용을 변경안에 담았다.

그러나 경기도는 고양시의 변경안이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 지역 개발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장기적으로 인구 변경안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고양시의 변경안을 승인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현행법상 신도시 건설은 사전에 인구 배분 계획이 마련돼야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양 명품신도시 조성은 기약없이 미뤄진 셈이다.

고양시는 '2020 도시기본계획'을 2006년 확정한 후 1년도 안 돼 지난해부터 계획변경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단체인 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 관계자는 "도시를 중.장기적으로 짜임새있게 개발하기 위한 도시기본계획을 고양시가 무계획적으로 세웠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현재 농림지,녹지 등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사업 예정지를 개발이 가능한 시가화(市街化) 예정용지로 변경하는 안건은 승인해 향후 신도시 개발의 길을 열어놨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더라도 사업 지연에 따른 땅값 상승으로 조성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사업 예정지 내 농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3㎡당 45만원 수준이었지만 신도시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재 3.3㎡당 70만~90만원을 호가한다. 공업용 창고가 지어져 있는 관리지역 땅은 지난해 300만~350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400만원까지 치솟았다. 구산동 장월공인중개소의 윤형구 대표는 "고양시가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땅값만 잔뜩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일부 농지에서는 생활대책용지를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도 난립되고 있다. 현행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르면 1000㎡ 이상 영농자이거나 시설채소,화훼 등을 경작하다 영업보상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26.4㎡(8평)의 생활대책용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고양 명품신도시 추진이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 분양가도 높아지고 있다"며 "신도시 사업 지연의 후유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