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손자병법 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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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베이징의 자금성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그 중심 건물인 태화전의 지붕 용마루가 한 일(一)자를 그리며 일직선으로 돼 있어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우리네 용마루는 양쪽 끝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가운데가 살짝 내려앉아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태화전은 입을 꼭 다문 채 얼굴엔 아무런 표정을 싣지 않아 포커 페이스(poker face)를 떠올렸다. 흔히 중국인을 일컬어 속을 알 수 없다고 하는데,바로 그걸 태화전의 용마루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중국인이 이렇게 처신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터,이(異)민족ㆍ이문화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상대하는 등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았기에,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리라.'손자병법'역시 병법의 요체는 기만술에 있다면서 나의 의도를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서도 손자병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생활화해야 할까. 유사 이래 지금과 같이 극심한 경쟁은 처음이라는데.
지난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 정부는 한동안 소원했던 한ㆍ미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고,그 일환으로 현안인 한ㆍ미 FTA의 조속한 비준과 함께 대외원조 증대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바를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카드를 상대에게 미리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일부에선 너무 순진했다고 지적한 바도 있다. 한ㆍ미 사이는 혈맹관계라면서 우리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며,그 반대 또한 진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반미도 흔하고 국익도 사안별로 따진다. 세상이 그만큼 바뀐 것이다.
세계는 '손자병법'이 쓰여지던 25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기하다. 인종,종교,언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쯤은 다반사이고,같은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현격한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병법으로 무장해야 하고 늘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세상은 그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그 이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어서다. 종전에는 리더십 하면 고독한 결단,카리스마,군림 같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자발적 참여,설득과 타협,서번트(섬김),감동 등의 모드로 바뀌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상대를 껴안아야 하고,속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얼굴에,몸짓에,언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야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격파가 아니라 공생을 추구해야 생존의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세상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도래하고 만 것이다.
상대의 실(實)을 피해 허(虛)를 치라는 병법의 가르침을 이제는 상대의 허를 나의 실로 메우고,나의 허 역시 상대의 실로 메우는 상호보완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비교생산비설로 200여 년 전에 이를 설명한 적이 있으니 현재 보편화 과정을 밟고 있는 아웃소싱과 피 튀기는 전투에서 빠져나오라는 블루오션 전략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라.소비자를 위하고 시장을 키워야 기업이 살 수 있다면,또 모두가 상부상조하며 살기를 원한다면,병법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그걸 새롭게 재해석(renovation)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 바로 그때다.
중국인이 이렇게 처신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 터,이(異)민족ㆍ이문화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상대하는 등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았기에,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리라.'손자병법'역시 병법의 요체는 기만술에 있다면서 나의 의도를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서도 손자병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생활화해야 할까. 유사 이래 지금과 같이 극심한 경쟁은 처음이라는데.
지난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 정부는 한동안 소원했던 한ㆍ미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고,그 일환으로 현안인 한ㆍ미 FTA의 조속한 비준과 함께 대외원조 증대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바를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카드를 상대에게 미리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일부에선 너무 순진했다고 지적한 바도 있다. 한ㆍ미 사이는 혈맹관계라면서 우리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며,그 반대 또한 진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반미도 흔하고 국익도 사안별로 따진다. 세상이 그만큼 바뀐 것이다.
세계는 '손자병법'이 쓰여지던 25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기하다. 인종,종교,언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쯤은 다반사이고,같은 신체적,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현격한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병법으로 무장해야 하고 늘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세상은 그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그 이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어서다. 종전에는 리더십 하면 고독한 결단,카리스마,군림 같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자발적 참여,설득과 타협,서번트(섬김),감동 등의 모드로 바뀌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상대를 껴안아야 하고,속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얼굴에,몸짓에,언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야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격파가 아니라 공생을 추구해야 생존의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세상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도래하고 만 것이다.
상대의 실(實)을 피해 허(虛)를 치라는 병법의 가르침을 이제는 상대의 허를 나의 실로 메우고,나의 허 역시 상대의 실로 메우는 상호보완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비교생산비설로 200여 년 전에 이를 설명한 적이 있으니 현재 보편화 과정을 밟고 있는 아웃소싱과 피 튀기는 전투에서 빠져나오라는 블루오션 전략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라.소비자를 위하고 시장을 키워야 기업이 살 수 있다면,또 모두가 상부상조하며 살기를 원한다면,병법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그걸 새롭게 재해석(renovation)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 바로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