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금융사, 자본회수국 바꾸면 … 한국증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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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용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금융사들의 자금회수 국가와 대상에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 월가에서는 올 상반기 자본 회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이어 다음 회수 국가와 대상은 어디가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모기지 사태가 지금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는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돈이 부족하면서 생기는 유동성 위기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대부분 금융시스템 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게 된다.
위기 극복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경기가 안정돼 위기 국면에서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볼 때 모기지 사태는 지금까지 금리 인하와 긴급 유동성 지원 등으로 확보한 유동성이 최악의 경우에 상정하는 부실채권 규모(잠재부실 포함)인 2조달러를 넘어 일단 전체적 유동성 부족문제는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따라 금융사별 신용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월가의 지배적 시각이다.
신용 위기가 지속돼 투자자로부터 부족한 증거금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마진 콜)를 받을 때 이를 확충하는 과정(디레버리지)에서 미국 금융사들은 수익이 많이 난 투자대상과 현금화가 쉬운 곳부터 회수하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올 상반기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 들어 아시아 주가가 크게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중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브라질,러시아 등의 자원부국과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미국 금융사들이 추가로 자본 확충에 나설 경우 자원부국이나 자원 관련 상품에서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월가의 시각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앞으로 글로벌증시는 올 상반기 많이 올랐던 브라질 러시아 등의 자원부국과 관련 상품의 수익률은 떨어지는 반면 같은 기간 부진했던 국가와 관련 상품은 저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익률 평준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기지 사태가 악화돼 미국 금융사들이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설 경우 이런 평준화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자금회수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증시와 세계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자금 이탈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경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세계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유럽의 경기 부진으로 달러 강세 현상까지 나타날 경우 글로벌 증시는 의외로 빨리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미 유가는 서부 텍사스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15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중요한 것은 국내증시 여건이 완만하나마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때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자세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달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했거나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숨통이 트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증시를 보고 어떤 심정일까 자못 궁금하다.
투자 격언에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당분간 이 어둠이 더 짙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자금회수국과 대상이 바뀔 조짐이 나타난다면 한국증시는 지금이 동이 트기 직전인 여명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모기지 사태가 지금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 위기는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돈이 부족하면서 생기는 유동성 위기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대부분 금융시스템 위기로 진전된다. 당연하겠지만 금융위기로 필요한 기름(돈)을 공급해 주는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게 된다.
위기 극복 과정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위기를 낳게 한 부실을 털어내야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가능하고 경기가 안정돼 위기 국면에서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볼 때 모기지 사태는 지금까지 금리 인하와 긴급 유동성 지원 등으로 확보한 유동성이 최악의 경우에 상정하는 부실채권 규모(잠재부실 포함)인 2조달러를 넘어 일단 전체적 유동성 부족문제는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따라 금융사별 신용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월가의 지배적 시각이다.
신용 위기가 지속돼 투자자로부터 부족한 증거금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마진 콜)를 받을 때 이를 확충하는 과정(디레버리지)에서 미국 금융사들은 수익이 많이 난 투자대상과 현금화가 쉬운 곳부터 회수하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올 상반기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 들어 아시아 주가가 크게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중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브라질,러시아 등의 자원부국과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미국 금융사들이 추가로 자본 확충에 나설 경우 자원부국이나 자원 관련 상품에서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월가의 시각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앞으로 글로벌증시는 올 상반기 많이 올랐던 브라질 러시아 등의 자원부국과 관련 상품의 수익률은 떨어지는 반면 같은 기간 부진했던 국가와 관련 상품은 저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익률 평준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기지 사태가 악화돼 미국 금융사들이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설 경우 이런 평준화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자금회수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증시와 세계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자금 이탈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경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세계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유럽의 경기 부진으로 달러 강세 현상까지 나타날 경우 글로벌 증시는 의외로 빨리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미 유가는 서부 텍사스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15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중요한 것은 국내증시 여건이 완만하나마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때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자세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달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거치는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했거나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숨통이 트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증시를 보고 어떤 심정일까 자못 궁금하다.
투자 격언에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당분간 이 어둠이 더 짙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자금회수국과 대상이 바뀔 조짐이 나타난다면 한국증시는 지금이 동이 트기 직전인 여명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