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건국 60주년 기념 및 '8ㆍ15 광복절'경축사에 담을 내용을 다듬기 위해 참모들과 숙고를 거듭했다.

청와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지난 60년을 '기적의 역사'로 평가,향후 60년을 내다보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키로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8ㆍ15를 'MB식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위한 여러 방안들도 강구 중이다.

◆"새 60년 준비해야"=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60년이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며 "그러나 산업화 민주화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 발전의 틀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8ㆍ15 땐 미래에 국가를 먹여살릴 새 목표를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녹색성장론'을 준비하고 있다. 고유가와 기후 변화가 산업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발전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는 이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도야코 G8확대정상회의에 참석,"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녹색 성장'과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이 가능하다"며 "기후 변화 분야만큼은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 분야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패러다임 제시 이후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가치 내세운다='통합'도 발전과 함께 국정 운영의 수레바퀴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면은 통합과 아울러 경제살리기의 새 출발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서민을 보듬는 것과 중소기업 살리기도 경축사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특히 '창조적 보수'를 모토로 한 보수의 가치를 당당히 내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본격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제 빗질을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을 겪던 지난 5월 "눈이 많이 올 땐 빗자루를 들고 쓸어봐야 소용 없다"고 말했는데 이제 전략이 변화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정연주 KBS 사장 해임을 밀어붙이는 것이나 공기업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이런 차원이다. 물론 경제운용 면에선 '안정우선'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획기적 대북제안 없다=역대 정권은 8ㆍ15를 대북 관계의 전기를 맞는 계기로 활용했다. 지난해의 경우 8ㆍ15 직전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게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번엔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인해 획기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