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역전이 아닌 중반 전력질주 전략이 주효했다. '

박태환의 사상 첫 올림픽 수영 금메달은 치밀한 계산에 근거한 작전의 승리로 평가된다. 이날 박태환의 추진엔진은 다른 때보다 훨씬 빨리 최대 출력을 뿜어냈다. 3번 레인에서 스타트를 끊은 박태환은 레이스 초반에는 무리하지 않았다. 바로 옆 2번 레인의 그랜트 해켓(호주)이 치고 나갔지만 초반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계산이었다.

100m 지점을 돌고 15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조금 속력을 붙였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한 노림수였다. 150m 지점을 해켓보다 0.04초 빠른 1분22초45에 턴을 한 박태환은 이때부터 힘을 가득 실어 팔을 젓고 다리를 차며 독주체제를 만들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총감독은 전날 저녁 박태환과 작전 회의를 하면서 200m 지점까지 비슷하게 나가다가 기회를 봐서 튀어 나가는 전략을 짰고,이는 실전에서 그대로 들어맞았다. 해켓은 300m까지 박태환을 따라오더니 이후부터 뒤로 처졌다. 가장 큰 라이벌로 여겼던 해켓이 오히려 박태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준 것이다. 지난해 3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마지막 50m 지점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 역전승을 거뒀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박태환의 중반 전력질주는 수영에 적합한 체격과 '명품 영법'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물을 타고 넘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유연성과 보통 사람의 2배나 되는 엄청난 폐활량을 지녔다.

늘 호흡의 압박을 받는 수영에서 장거리를 주종목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큰 폐활량.보통 사람의 폐활량이 3000∼4000㏄ 정도인 데 비해 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나 된다. 색소폰 주자였던 아버지 박인호씨(58) 덕이다. 폐활량이 크고 몸이 비지방성이다 보니 물에 뜨는 부력도 다른 선수에 비해 훨씬 좋다.

여기에 어렸을 때부터 노민상 수영대표팀 총감독에게 배우면서 터득한 영법은 박태환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토대가 됐다.

박태환은 몸의 중심을 가슴에 두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모두 호흡하고 좌우 팔,다리 힘의 세기가 거의 같다. 발차기의 리듬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장거리 수영 선수에게 있어 발은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박태환은 스트로크를 하면서 발차기를 2회,4회,6회로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초반에 2회 발차기로 페이스를 유지하는 박태환은 막판에는 발차기 횟수를 6회로 늘리며 발로도 추진력을 얻는다.

물론 단점도 있다. 허리가 약해 턴 이후 급속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돌핀킥이 약하다. 또 턴 이후 잠영 거리도 최정상 선수들에 비해 짧다. 잠영은 물 위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나아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일본의 스즈키 다이치는 배영 100m에서 스타트 이후 35m 이상을 잠영으로 나아가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이후 국제수영연맹(FINA)은 잠영 거리를 15m로 제한했다. 마이클 펠프스가 제한 길이인 15m 가까이 잠영으로 빠르게 빠져나오는 반면 박태환은 길어야 10m다. 비염이 있어 그 이상 잠영으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