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4년 도입한 정보공개법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통합 정보공개 사이트인 '열린정부'에는 2년 전 자료가 '최신정보'란에 버젓이 올라와 있고,청와대는 지난 5개월 동안 단 1건의 정보밖에 공개하지 않았다. 각 부처들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도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운 '부실정보'인 경우가 태반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청구인이 요청했을 때 정보를 공개(청구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중요 정책ㆍ사업ㆍ예산집행 등에 관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표(정보공표)해야 한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15개 정부부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기관이 이 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식경제부의 '정보목록' 코너에 올라온 정보는 2006년 10월이 마지막이다. 대신 지경부는 '사전정보공표'란에 한 달에 한 번씩 그동안 생산ㆍ접수된 문서의 목록을 엑셀 파일 형태로 올리는 것으로 정보 공개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엑셀 파일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색인'에 불과하다. 이 파일을 열어보면 6000여건의 문서에 대해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한 질의 회신''정책연구용역 계약 요청' 등 간단한 제목만 적혀 있어 실제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환경부,법무부,여성부 등도 지경부와 마찬가지로 정보의 목록만 공개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적게는 수천여건,많게는 2만여건에 이르는 문서의 제목만 적어 놓은 이 목록에 담긴 내용을 알려면 일일이 담당부서에 정보공개를 재요청해야 한다. 그나마 '비공개'로 분류한 것도 적게는 25%(법무부,환경부)부터 많게는 80%(농림부)에 달한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이 같은 '비공개주의'는 한층 더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행정정보공개문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달 동안 15건에 불과해 작년 같은 기간 41건보다 63%나 줄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과거 교육인적자원부ㆍ과학기술부 시절에는 정보 목록에 원문을 일일이 연결해 뒀지만 지금은 목록밖에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 3월1일 이후 추가된 정보는 한 건도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두 부처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를 새로 고치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며 "올 여름까지 정보 원문도 찾아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바꿀 예정이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 홈페이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회 홈페이지의 '정보공개'란에는 정보공개법의 도입 취지와 시행령 등이 자세히 언급돼 있지만 정작 '주요공개자료'를 클릭하면 아무런 글도 올라와 있지 않다. 청와대의 '정보공개'란에는 지난달 30일 올린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상반기 집행내역'단 한 건만 덩그러니 올라있을 뿐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