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예고됐던 산별노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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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지부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반기를 들었다.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산별중앙교섭안에 대해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이 내용이 미흡하다며 거부의 뜻을 밝힌 데 대한 맞대응이다.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금속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파업을 밀어붙였을 때도 현대차지부는 몹시 못마땅해 했다. 현대차 지부장은 기아차,GM대우,쌍용차 지부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금속노조 지도부의 결정에 신중히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일선 조합원들로부터 파업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지도부 입장에선 투쟁을 주문한 금속노조의 결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대차지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계의 싸움닭이다.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일 때마다 파업을 통해 힘을 키워왔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차원의 정치파업에는 항상 선봉에 서서 '싸움닭'으로서의 존재를 과시해왔다. 그만큼 투쟁에 살고 투쟁에 죽는 그런 노조였다. 그런데 회사 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라는,다시 말해 회사 측을 더 괴롭히라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주문에는 왜 등을 돌렸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런 궁금증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행태를 알면 금방 해소된다. 2006년 6월 현대차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했을 때 "아쉬울게 없던 노조가 왜?"냐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불과 3년 전 노조원 투표에서 산별노조 전환이 부결됐을 때만 해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냉소적 반응이 많았다. 산별교섭이 현대차노조에 실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는 노조원들이 당연히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3년 후 의외의 투표결과가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의 여러 노조가 하나의 단일노조로 합쳐진 것으로 교섭력 확보가 첫째 목적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임금이나 복지부문에서 최상위 수준에 올라있다. 별도로 교섭력을 높일 필요가 없다.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 노조와 공동교섭을 벌이면 현대차노조로선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노조가 산별노조를 선택한 것은 결국 국내 노동계 전체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산별교섭을 정치세력화 및 노동세력의 대단결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파업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던 현대차노조로선 노동계의 이런 주문을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현대차의 소동도 산별체제를 택하면서 예정됐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산업별 교섭체제에서 기업별체제로 전환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기업별에서 산별로 전환하는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산별교섭체제가 제대로 정착돼 있는 곳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뿐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전체 조합원 14만명 가운데 2만명 정도가 중앙산별교섭 등을 벌이고 있을 따름이다. 곳곳에선 아직도 산별교섭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노조지부에선 기업별체제 때 누리던 특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다 산별노조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부터 개별 사업장에까지 복수노조가 확산돼 노동현장에 대혼란이 몰아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지난해 6월 금속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파업을 밀어붙였을 때도 현대차지부는 몹시 못마땅해 했다. 현대차 지부장은 기아차,GM대우,쌍용차 지부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금속노조 지도부의 결정에 신중히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일선 조합원들로부터 파업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지도부 입장에선 투쟁을 주문한 금속노조의 결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대차지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계의 싸움닭이다.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일 때마다 파업을 통해 힘을 키워왔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차원의 정치파업에는 항상 선봉에 서서 '싸움닭'으로서의 존재를 과시해왔다. 그만큼 투쟁에 살고 투쟁에 죽는 그런 노조였다. 그런데 회사 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라는,다시 말해 회사 측을 더 괴롭히라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주문에는 왜 등을 돌렸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런 궁금증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행태를 알면 금방 해소된다. 2006년 6월 현대차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했을 때 "아쉬울게 없던 노조가 왜?"냐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불과 3년 전 노조원 투표에서 산별노조 전환이 부결됐을 때만 해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냉소적 반응이 많았다. 산별교섭이 현대차노조에 실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는 노조원들이 당연히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3년 후 의외의 투표결과가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의 여러 노조가 하나의 단일노조로 합쳐진 것으로 교섭력 확보가 첫째 목적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임금이나 복지부문에서 최상위 수준에 올라있다. 별도로 교섭력을 높일 필요가 없다.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 노조와 공동교섭을 벌이면 현대차노조로선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노조가 산별노조를 선택한 것은 결국 국내 노동계 전체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산별교섭을 정치세력화 및 노동세력의 대단결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파업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던 현대차노조로선 노동계의 이런 주문을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현대차의 소동도 산별체제를 택하면서 예정됐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산업별 교섭체제에서 기업별체제로 전환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기업별에서 산별로 전환하는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산별교섭체제가 제대로 정착돼 있는 곳은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뿐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전체 조합원 14만명 가운데 2만명 정도가 중앙산별교섭 등을 벌이고 있을 따름이다. 곳곳에선 아직도 산별교섭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노조지부에선 기업별체제 때 누리던 특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다 산별노조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부터 개별 사업장에까지 복수노조가 확산돼 노동현장에 대혼란이 몰아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