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의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약(弱)달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외환 전략가와 실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달러화 가치가 12개월 뒤에는 현재 유로당 1.5달러 선에서 1.4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는 등 7년을 이어온 달러화 약세장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BNP파리바의 이언 스탠너드 외환전략가는 "미국의 경기 침체에 쏠렸던 금융시장의 우려가 이제는 유로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유로화 가치 하락에 속도가 붙어 내년 말에는 달러화 가치가 유로당 1.30달러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 달 전만 해도 유로당 1.6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약세였으나 이날은 장중 한때 1.499달러를 나타내는 초강세를 연출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심리적 저항선인 110엔 선을 돌파하며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국제유가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배럴당 115달러 선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배럴당 147달러)에서 20% 넘게 빠졌다.

달러화 강세와 유가 하락으로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302.89포인트(2.65%) 오른 11,734.32로 마감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 강세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회사인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달러 약세장이 끝나고 장기간 이어지는 달러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