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한국인의 癌조기발견 (6) 전립선 암 ‥ 고령화ㆍ서구화로 '발병ㆍ사망률'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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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미국 영국 등 16개국에서 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암이다. 국내서도 최근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전립선암으로 신규 진단되는 환자 수와 이로 인한 사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02년 새로 발생한 남성 암은 위암(24.0%) 폐암(16.0%) 간암(15.4%) 대장암(11.6%) 방광암(3.2%)에 이어 전립선암(3.0%)이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전립선암 사망률은 1983년 인구 10만명당 3.0명에서 2003년 46.9명으로 15.6배 늘었다.
전립선암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나 흑인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등 인종이나 종족,가계의 유전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양인이라도 서구로 이주한 사람이 전립선암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봐 육류,고지방 음식 등 환경적인 영향도 큰 것으로 추정된다.
전립선암은 크기가 작고 초기일 경우에는 대부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년 이상 남성 건강검진의 필수 항목으로 전립선암 진단이 포함되고 있다. 그 진단법으로는 손가락을 직장에 넣어 앞부분에 놓여 있는 전립선 부위를 만져 보는 직장수지 검사와 전립선암을 시사하는 민감한 혈액 지표인 전립선특이항원(PSA)을 측정하는 검사가 있다. 직장수지 검사로 전립선의 크기 모양 촉감 등을 감지했을 때 단단하거나 울퉁불퉁한 병변이 확인되면 전립선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혈액을 채취해 PSA 수치가 높게 나오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초음파 진단기가 발전하면서 직장수지 검사에서 만져지지 않는 전립선암을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초음파만으로는 조기 진단에 한계가 있어 직장수지 검사와 PSA 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암협회는 50대 이상의 남성은 매년 직장수지 검사와 PSA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최근 마련한 지침에서 권고했다. 전립선암은 50대 이전에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만큼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나 형제가 젊은 나이에 전립선암으로 진단된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40대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PSA는 3.0ng(나노그램)/㎖ 이하가 정상으로 45세 이전까지 PSA가 1.0ng/㎖ 이하면 다른 추가 검사가 필요 없으나 1.0~2.5ng/㎖이면 해마다 다시 측정해야 한다. PSA가 2.5ng/㎖ 이상이면 적극적인 직장수지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 검사를 고려해 본다. PSA가 4ng/㎖ 이상이거나 직장수지 검사 및 초음파 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반드시 조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확실한 진단은 전립선의 암세포 존재 여부와 악성도를 판단하는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초음파로 조직을 봐 가며 가는 바늘을 직접 전립선에 삽입한 다음 조직을 미세하게 떼어 내 병리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비교적 간편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전립선암으로 확진되면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및 진행 정도를 판정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방사선동위원소 골주사(Bone Scan) 등을 추가적으로 실시한다.
2003년 10월 개원한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경우 건강검진을 받은 3만4968명의 남성 중 1만8924명을 대상으로 PSA를 측정했고 이 중 약 2.4%인 456명에게서 PSA 수치가 4ng/㎖ 이상으로 상승해 추가 검사를 했다. 또 40대 이상 남성 수진자만 따지면 2만5469명 중 약 0.11%인 27명이 전립선 조직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으로 확진돼 치료받았다. 이 중 25명은 검진상 PSA가 높았으나 2명은 PSA가 정상 범위여서 만약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놓칠 뻔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강진화ㆍ조정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영상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