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엄마 같았던 김동희 선생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

한국 역도의 기대주 윤진희(22·한국체대·사진)가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윤진희는 10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53㎏급 경기에서 인상 94㎏,용상 119㎏을 들어올려 합계 213㎏으로 2위를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 역도에서 나온 한국의 첫 메달이다.

윤진희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기까지는 많은 아픔이 있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재혼해 다른 곳으로 떠난 뒤 할머니 손에 어렵게 키워진 윤진희는 고등학교 재학 중 할머니마저 잃고 혼자가 됐다.

그를 돌봐 준 사람은 국가대표팀의 스승이었던 고(故) 김동희 코치였다. 미혼이던 김 코치는 한국체대 후배이자 제자인 윤진희의 가능성을 높이 사 체력을 키우기 위해 사비를 털어 보약을 지어 먹이는 등 피붙이처럼 돌봤다. 그러나 김 코치는 올림픽을 4개월여 앞둔 지난 4월 1년여의 간암 투병 끝에 36세로 세상을 등졌다. 윤진희는 어머니를 잃은 것 같은 큰 슬픔에 빠져야 했다.

자신을 돌봐 주던 이들을 모두 잃은 윤진희를 마지막까지 괴롭힌 것은 부상이었다. 고질이었던 왼쪽 무릎 부상이 지난 2월부터 심해져 제대로 훈련받기가 힘들었지만 올림픽을 앞둔 상황이라 쉽게 수술받을 수도 없어 정확한 진단은 아예 올림픽 뒤로 미뤘다.

윤진희는 "목표한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일단은 지금 한 것에 만족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