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을 푸는 게임,비디오게임 '기타 히어로' 경기,로봇으로 즐기는 사격게임….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베라호텔에서 10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해킹대회 '데프콘CTF(Capture The Flag)'에서는 전세계 최고 보안전문가들의 경연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렸다. 데프콘과 함께 열린 보안컨퍼런스 '블랙햇 USA 2008'에도 4000여명의 보안전문가가 참석해 최신 보안정보와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도 보고 즐기는 해킹대회&보안컨퍼런스

데프콘과 블랙햇은 1993년 미국인 해커 제프 모스가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대회 겸 보안컨퍼런스다. 이번 대회에서 단연 이목을 끌었던 건 최근 인터넷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의 결함을 발견한 댄 카민스키(29)의 발표 현장이었다. 그가 발견한 결함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인터넷 창에서 주소를 입력할 때 해커들이 이를 사기 사이트 등 가짜 사이트로 바꿔치기할 수 있는 취약점이다. 카민스키는 인터넷 사이트의 41%가량은 이 결함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데프콘&블랙햇에 참가한 보안전문가와 일반 관람객들도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들도 인기였다. 미국 게임개발사 액티비전이 만든 비디오게임 '기타히어로3'는 화면 속 리듬을 보면서 기타 모양의 컨트롤러로 연주하는 게임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데프콘&블랙햇의 전통 행사로 손꼽히는 수갑풀기 경기,무선인터넷 이용자들의 아이디,패스워드를 알아내 화면에 뿌리는 '월 오브 쉽' 경기,로봇으로 조종하는 사격게임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들로 가득한 축제의 장이었던 것.

데프콘에 참가한 태권V팀을 후원하러 현지를 찾은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의 김기영 연구소장은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보안전문서적,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엔 전세계에서 모인 보안전문가들이 줄지어 방문했고 이색적인 경기들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보안 관련 행사들도 일반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를 마련해 보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느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한국 해커의 자존심, 와우해커와 태권V


이번 데프콘&블랙햇이 특별했던 이유는 개최 이래 처음으로 한국팀이 2팀이나 출전했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치러진 예선전에서 총 7개 결승진출팀 중 3개 팀이 한국인 팀이었으나 그 중 플러스(PLUS)팀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와우해커팀과 태권V팀이 참가하게 된 것.와우해커는 단일팀으로 출전한 첫 해커그룹이고 태권V는 해커그룹 널앳루트와 패닉의 혼합팀으로 구성됐다. 작년 1위 팀에겐 부전승의 예우가 주어져 총 8개 팀이 50시간 동안 우열을 가린 결과 'SK3wlofr00t'팀이 우승,태권V와 와우해커는 각각 4위,8위를 차지했다. 홍민표 와우해커 대표는 "다른 팀은 보통 20여명이 참석한 반면 와우해커는 총 11명만이 참가해 인원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참가한 팀원 모두가 노트북 뒤에 태극문양과 와우해커 로고 스티커를 붙이고 모든 비용도 자체 해결하는 등 정신력을 집중했기 때문에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일 내내 행사장을 찾은 재미교포 이정현씨(26)는 "전 세계 사람들이 문화,이념에 관계없이 보안전문기술 실력을 겨루고 또 함께 즐기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들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