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동네 '나문희표 어머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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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잘자요, 엄마'로 무대 복귀
자살 앞둔 딸과의 '지독한 심리전' 눈길
배우 나문희씨(67)가 1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는 '연극열전2'의 8번째 작품인 '잘자요,엄마'에서 어머니 '델마'를 연기한다.
'잘자요,엄마'는 미국 작가 마샤 노먼의 원작으로 1982년 초연 당시 화제를 모으며 1983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간질과 이혼 등 삶의 고통을 겪어온 딸이 자살을 선택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연출을 맡은 문삼화씨의 말대로 "자신의 자살을 이해시키는 딸과 이해해야 하는 어머니의 지독한 심리전"이다.
나씨에게는 이번 역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든 도전이다. 딸만 셋을 둔 그의 인생에서 "딸이 죽는 데 그것보다 더 힘들거나 아픈 것은 없기 때문"이다. 딸들에게도 이번 작품만은 보러오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다.
"실제로는 딸들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델마의 딸 제시를 보면 그 소통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델마도 제시가 외로웠던 것을 모르고 지내다 딸이 죽으러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알게 되거든요. "
연극이 이어지는 2시간을 모녀 두 사람이 이끌고 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델마의 말투가 굉장히 빠르고 대사량도 많아 작가의 의도를 살리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다.
'잘자요,엄마'는 나씨가 12년 만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정작 그가 연극에서 주연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것은 50대가 넘어서다. 1961년 성우로 시작해 TV와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연기를 했지만 당시 주요 역할들은 같은 연배인 배우 강부자씨와 이순재씨에게 모두 갔다고 한다.
"속으로 초조하고 힘든 부분도 많았죠.겉으로는 참는 것처럼 보였어도 똑같은 사람인데 그렇지 않겠어요?"
그가 이런 기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연습'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연극에 임할 때 6개월 전부터 대사를 다 외워놓을 정도로 철저하게 연습한다. 이달 말에 공연할 이번 작품도 지난해 겨울부터 대본을 요구했고,지난 3월에서야 대본이 나오자 "연극을 못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배역에 몰입이 안 될 때는 무조건 파고드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나씨는 "훈련으로 때려잡는 수밖에 없다"며 "무당이 염불하듯 계속해서 연습하면서 집중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번 극에서도 '나문희표 어머니'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나문희표'라는 말은 아직도 듣기 무안하다"며 "다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문희가 연기하는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나문희만의 모습이 역에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나도 딸 셋의 엄마니까 내 개인 얘기 같은 연극"이라며 "연기를 하기보다는 나를 더 많이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잘자요,엄마'는 29일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펼쳐진다. 황정민,서주희가 제시를 번갈아가면서 연기한다. 배우 손숙씨도 나씨와 함께 델마에 더블캐스팅됐다. 3만~4만원.(02)766-6007
박신영 기자/강해림 인턴기자 nyusos@hankyung.com
자살 앞둔 딸과의 '지독한 심리전' 눈길
배우 나문희씨(67)가 1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는 '연극열전2'의 8번째 작품인 '잘자요,엄마'에서 어머니 '델마'를 연기한다.
'잘자요,엄마'는 미국 작가 마샤 노먼의 원작으로 1982년 초연 당시 화제를 모으며 1983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간질과 이혼 등 삶의 고통을 겪어온 딸이 자살을 선택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연출을 맡은 문삼화씨의 말대로 "자신의 자살을 이해시키는 딸과 이해해야 하는 어머니의 지독한 심리전"이다.
나씨에게는 이번 역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든 도전이다. 딸만 셋을 둔 그의 인생에서 "딸이 죽는 데 그것보다 더 힘들거나 아픈 것은 없기 때문"이다. 딸들에게도 이번 작품만은 보러오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다.
"실제로는 딸들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델마의 딸 제시를 보면 그 소통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델마도 제시가 외로웠던 것을 모르고 지내다 딸이 죽으러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알게 되거든요. "
연극이 이어지는 2시간을 모녀 두 사람이 이끌고 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델마의 말투가 굉장히 빠르고 대사량도 많아 작가의 의도를 살리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다.
'잘자요,엄마'는 나씨가 12년 만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정작 그가 연극에서 주연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것은 50대가 넘어서다. 1961년 성우로 시작해 TV와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연기를 했지만 당시 주요 역할들은 같은 연배인 배우 강부자씨와 이순재씨에게 모두 갔다고 한다.
"속으로 초조하고 힘든 부분도 많았죠.겉으로는 참는 것처럼 보였어도 똑같은 사람인데 그렇지 않겠어요?"
그가 이런 기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연습'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연극에 임할 때 6개월 전부터 대사를 다 외워놓을 정도로 철저하게 연습한다. 이달 말에 공연할 이번 작품도 지난해 겨울부터 대본을 요구했고,지난 3월에서야 대본이 나오자 "연극을 못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배역에 몰입이 안 될 때는 무조건 파고드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나씨는 "훈련으로 때려잡는 수밖에 없다"며 "무당이 염불하듯 계속해서 연습하면서 집중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번 극에서도 '나문희표 어머니'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나문희표'라는 말은 아직도 듣기 무안하다"며 "다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문희가 연기하는 것이고,그렇기 때문에 나문희만의 모습이 역에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나도 딸 셋의 엄마니까 내 개인 얘기 같은 연극"이라며 "연기를 하기보다는 나를 더 많이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잘자요,엄마'는 29일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펼쳐진다. 황정민,서주희가 제시를 번갈아가면서 연기한다. 배우 손숙씨도 나씨와 함께 델마에 더블캐스팅됐다. 3만~4만원.(02)766-6007
박신영 기자/강해림 인턴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