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가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두 손을 들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10일 휴전 명령서에 서명하고 이를 그루지야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고 그루지야 내 흑해연안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수도 트빌리시를 이틀째 맹폭격했다. 서방국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강공 일변도로 나가자 러시아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투자 감소로 잘나가던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루지야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들이 11일 오전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외곽의 레이더기지 등 군사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차례의 폭발음은 트빌리시 중심부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루지야의 휴전 제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무력 공세를 지속하자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러시아가 부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와 비슷한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은 10일 그루지야를 방문,사카슈빌리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11일엔 모스크바에 들어가 휴전을 끌어내기 위한 중재 협상을 벌였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EU가 제안한 평화안에도 서명했다.

일본 NHK는 러시아 측이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사임을 휴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전투 종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상대로 군사작전에 돌입한 진짜 속셈은 친서방 성향의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러 성향의 정권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으로 두 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난 8일 모스크바 증시는 6.5% 급락하는 등 최근 6일 동안 20%나 폭락했다.

러시아 최대 투자은행인 르네상스캐피털의 롤랜드 내시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전쟁은 러시아 경제에 2004년 유코스 파산 이후 최악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의 유럽신흥시장 담당 에드워드 파커 수석연구원은 "전쟁이 지속될 경우 그루지야의 국가신용도(BB 등급)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