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선(先) 통합,후(後) 구조조정'하기로 함에 따라 두 공사의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인원 감축과 혁신도시 이전 등 난제가 쌓여 있어 통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던 '주공ㆍ토공 통합 방침'이 노조의 반발과 정치권의 이해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공ㆍ토공, 혁신도시 이전은 계획대로 … 구조조정 실패땐 거대 부실 공기업 전락
◆중복기능 조정에 초점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는 11일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통합 대원칙으로 유사♥중복기능의 조정을 내세웠다. 우선 주공과 토공이 모두 가진 택지개발 기능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토공의 핵심사업인 택지개발사업을 100만㎡ 이하 택지는 주공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공은 전용 면적 85㎡ 초과 중대형 주택은 민간건설업체에 맡기고 소형 및 임대주택만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토지공급이 목적인 토공도 복합단지(아파트 포함) 개발사업에서 발을 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4일 국토연구원 주최로 주공과 토공 통합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국토부는 여기서 의견을 수렴한 뒤 주공ㆍ토공의 통합 법률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낸다는 계획이다.

'통합공사'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통합 절차 등을 고려하면 완전 통합되기까지는 최소 1∼2년은 걸릴 전망이다.

◆'공룡 부실 공기업' 탄생 우려

주공과 토공을 더하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84조3828억원 △부채 66조9089억원 △연매출 13조1805억원 △직원 수 7190명에 달한다. 부채는 내년 말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칫 덩치만 크고 체력은 허약한 '공룡 공기업'만 만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토공과 주공 노동조합의 입장이 서로 달라 구조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공은 '선 통합,후 구조조정'을 주장해 왔으나 토공은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토공은 통합이 불가피할 경우 통합공사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먼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주공 임직원이 4385명인 데 비해 토공은 2805명으로 주공 인원이 토공의 거의 2배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토공 노조는 12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통합 반대 항의 집회를 열 에정이다.
주공ㆍ토공, 혁신도시 이전은 계획대로 … 구조조정 실패땐 거대 부실 공기업 전락

◆혁신도시 이전 걸림돌

현재 공기업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계획안에 따르면 2011년까지 토공은 전주혁신도시로,주택공사는 진주혁신도시로 내려가야 한다. 정부는 혁신도시 이전 계획은 통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 공기업이 혁신도시 한 곳으로만 이전할 경우 전주와 진주 가운데 한 곳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통합 공기업이 혁신도시 한 곳에 모두 내려가는 승자독식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를 감안,두 공기업을 계획대로 이전한 뒤 통합하는 '선 이전,후 통합'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꼼수'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특히 본사 기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영호남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