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 중 비차익거래로 대규모 자금이 연일 증시로 들어오고 있어 주목된다. 주가가 낮아지자 기관과 외국인이 배당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비차익거래로 현물(유가증권)시장에 유입된 금액은 11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에 들어온 자금(2948억원)의 37%가 넘는다. 통상 선·현물 가격 차이로 주식과 선물을 매매하는 차익거래 비중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중은 이례적이다. 특히 비차익거래는 최근 9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유입된 금액은 1조3459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1500억원어치씩 주식을 사들였다는 얘기로,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증시에서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비차익거래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코스피200지수가 최근 2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저가 매수 기회를 이용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종목 교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200지수 200선은 지난 11월 고점 대비 76% 수준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도주가 사라지고 정보기술(IT) 조선 금융주 등의 순환매가 빠르게 나타나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맞춰 종목을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5개 종목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비차익 거래를 통해 사들인 종목을 매수 후 상장지수펀드(ETF)로 교환하면 나중에 매도할 때 거래세도 면제되기 때문에 저가 매수 기회를 이용해 에쓰오일 SK텔레콤 등 고배당주를 미리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