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조각이나 그림 속 인물은 하나같이 풍만하다. 터질 듯 뚱뚱한 형상은 보는 사람에게 즐거운 웃음과 함께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풍선같은 몸매가 현실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통통한 뱃살은 거의 영락없이 고지혈증과 지방간을 일으킨다.

심근경색과 당뇨 등의 위험 역시 증가한다. 가슴과 허리 구분없이 둥글둥글하면 사람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들을진 몰라도 건강엔 빨간불이 켜진다. 허리를 3㎝만 줄이면 건강진단 결과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게 그 증거다. 비만,특히 내장지방형 뱃살이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비만이 부르는 성인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은 개인과 가족은 물론 국가 사회 전체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다. 세계 각국이 각종 비만 예방책을 동원하는 것도 그같은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여보려는 노력인 셈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부터 국민들의 뱃살 관리를 시작한 데 이어 프랑스에선 '비만세' 부과까지 추진중이라는 소식이다.

햄버거 등 비만 유발음식의 부가가치세를 5.5%에서 19.6%로 올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비만의 심각성에 관한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98년 26.3%였던 비만율은 2005년 31.5%로 높아졌고 어린이 비만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올해 사회ㆍ경제적 비용만 1조7923억원으로 추정된다는 마당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비만을 질병과 상관없는 몸매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중년이 되면 살집이 좀 있는 편이 낫다거나 다이어트는 젊은 여성들이나 하는 일로 치는 게 그렇다. 아이들은 살이 키로 간다며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한번 찐 살은 빼기 어렵다. 그러나 비만에 따른 성인병 증가를 막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 충당을 위한 보험료율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 비만 예방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비만세는 무리다 싶어도 뱃살 관리엔 주목하게 되는 까닭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