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교체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KBS이사회가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지 3일 만에 이를 전격 처리했다. 새 정부 출범 5개월 만이고 지난 6월11일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지 딱 두 달 만이다. 정부는 이달 내 후임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에 대한 법리논쟁에다 '방송장악음모'를 규탄하는 야당공세까지 겹쳐 순조롭게 후임 인선작업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속전속결 처리 배경

이 대통령이 야당 반발 등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연주 사장(사진) 해임을 강행한 데는 여러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구 정권 인사들에 대한 청산작업 없이는 안정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든든한 우군이 돼 줘도 모자랄 공영방송이 오히려 일정 부분 '선동방송'을 일삼으면서 정부 비판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해임제청안에 서명하면서 "KBS도 이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정 사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혁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고,그렇게 되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해 나가는 데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임인사는

후임인선 시기와 관련,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경영 공백상태가 길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달 내 절차가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폐회식(24일)을 전후로 KBS 사장 인선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KBS 이사회는 13일 다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임 사장 인선과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후임 인선 방향과 관련,이 대변인은 "여태껏 KBS 출신이 사장이 된 적이 없어 내부인사를 바라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여론도 수렴해 필요하면 공모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출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뉘앙스다.

KBS 출신 후보로는 대선 캠프 방송전략실장과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지낸 김인규 KBS 이사를 포함,안국정 SBS 부회장,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민희 전 KBS미디어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출신으로는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오명 건국대 총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강경대응 방침

한편 검찰은 빠르면 이번주 중으로 정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체포영장 청구는 12일 혹은 13일이라도 가능하며 (단순히 고발사건에 대한)수사 차원이 아니라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도(이 사안은) 분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검찰의 다섯 번에 걸친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고 출두하지 않았다.

박수진/이해성 기자 notwoman@hankyung.com